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전국금속노조 공동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안’ 발의 회견
화력발전소 폐쇄, 내연기관차 친환경 전환 등
도내 제조업·발전업과 인근 주민 큰 피해 우려
법안 정부 대응·국민 지원 체계 강화 도움 기대

전 세계 산업계에는 지금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화두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 과정에서 산업구조 개편은 필연적이다. 이 가운데 취약계층·부문·지역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정의로운 전환’의 골자다.

경남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2020년 수립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57곳 가운데 30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24곳을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로 전환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발전 5개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 2만 2306명이다. 석탄발전 비중을 30%가량 낮추는 과정에서만 일자리 9592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려 43%다. 도내에서는 하동·삼천포 화력발전소가 2031년까지 차례로 폐쇄될 전망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협력사 노동자 수를 더하면 대량 실직 사태는 눈에 훤하다.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하동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인 정신 건강 실태조사 결과 직업 불안정 점수는 14.9점에 달했다. 코로나19 당시 조사된 정규직(10.2점), 비정규직(11.3점), 자영업자(11.8점) 직업 불안정성 점수와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노동자 43%는 ‘발전소 폐쇄만 생각하면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하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우울 위험 정도를 측정하는 WHO-5 지수는 33.8점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50점 이하면 우울 위험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2020년 임금노동자가 58점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석탄화력발전 노동자들 문제만도 아니다. 경남에 밀집한 내연기관 자동차 부품 산업 노동자들은 수소·전기자동차 등장으로 휘청대고 있다. 이에 지역 노동계는 경남도에 이 문제 해결을 함께 고민하자고 요구했다. 도는 아직 이 관련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기후위기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다. 산업화 때 희생당한 노동자가 또다시 희생될 수 없다. 탄소 배출하며 이익을 봤던 기업이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이미 시작한 4차 전환에서 노동자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의 제대로 된 입법을 위한 민주노총-정의당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의 제대로 된 입법을 위한 민주노총-정의당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과 노동계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자 나섰다. 강은미(정의당·비례) 국회의원은 21일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안’을 발의하고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법안은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에 필요한 기본 원칙과 내용 등을 규정한다. 정부가 5년마다 정의로운 일자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위원회를 둬 기후위기와 디지털 기술변화에 대응할 정책과 기본계획 이행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정부, 일하는 사람, 사용자,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시민사회단체 등을 대표하는 위원들 참여를 보장한다.

법안이 통과하면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지원센터에서 산업전환에 따른 산업별·지역별·직업별·직무별 인력 수요 변화와 전망을 분석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 관련 통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며, 센터가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변화 속에 있는 일하는 사람 등이 활용할 상담, 교육, 심리안정도 지원하도록 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의 제대로 된 입법을 위한 민주노총-정의당 공동기자회견이 끝 난 뒤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왼쪽 두번째), 정의당 강은미 의원(왼쪽 네번째), 이은주 원내대표(왼쪽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정의로운 전환의 제대로 된 입법을 위한 민주노총-정의당 공동기자회견이 끝 난 뒤 민주노총 양동규 부위원장(왼쪽 두번째), 정의당 강은미 의원(왼쪽 네번째), 이은주 원내대표(왼쪽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의원은 “(산업전환 과정에서)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사가 국가 책임 아래에 공동으로 대책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에 사용자가 사업에 관한 중요한 계획 수립·결정을 하는 경우 노동조합 등과 공동 결정하도록 하고, 노조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요구할 때 그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로 뒀다”고 밝혔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수소차·전기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현대차 노사관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부품사, 자영업자 등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사람 문제를 금속노조가 정치권과 합심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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