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도 '도시의 얼굴들' 주제 지하련과 임화 삶과 문학 다뤄
배대화 교수·김경년 해설사 토론...근대문학관 필요성 지적

지난 19일 오전 10시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어울림센터 1층 강당에서 13회째를 맞은 '창동허새비축제' 행사의 하나로 '이선관 시인 17주기 문학심포지엄'이 열렸다. 30명 가까운 문화예술계 인사와 시민이 참석했다.

이번 강연은 도시학 박사인 허정도 건축사가 맡아 소설가 지하련과 그의 남편 임화 시인이 살았던 '마산'이라는 장소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강연 제목은 '도시의 얼굴들'이다.

'도시의 얼굴들'이라는 문구가 익숙하다. 이는 지난 7월 창원문화재단이 성산아트홀에서 올렸던 뮤지컬과도 제목이 같다. 그 뮤지컬의 원작이 허 박사의 <도시의 얼굴들>이다. 허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책 속에 있는 많은 '얼굴들' 중에서도 소설가 지하련에 초점을 맞췄다.

제13회 창동허새비축제의 하나로 개최된 이선관 시인 17주기 추모 문학심포지엄이 19일 오전 10시 창동 어울림센터에서 개최된 가운데 허정도 도시학박사의 '도시의 얼굴들'이라는 주제의 강연에 이어 배다화 교수가 토론을 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지하련이 어떻게 마산에 살게 되었는지, 그리고 남편 임화와의 관계, 임화가 남긴 글에 마산과 바다가 언급된 까닭, 지하련의 소설에 나오는 마산이라는 장소성 등을 이야기했다.

허 박사는 "로마나 신라처럼 나라는 사라지지만 이탈리아의 로마나 경북 경주처럼 도시는 그 지역의 역사를 품고 영원히 이어진다"고 했다. 지하련과 임화는 짧은 생을 살다가 사라지고 없지만 이곳에 남은 그들의 흔적과 기록은 되풀이되고 있다. 때로는 강연으로, 때로는 작품으로. 또 언젠가는 그들을 기리는 어떤 형태의 사업이 생길지도 모른다.

지하련과 임화는 추산동, 남성동, 상남동, 그리고 산호리에서 살았다. 지하련이 1940년도부터 남긴 작품 '결별' '체향초' '가을' '산길'은 산호리 친정집에서 쓴 작품이다. 지금은 맞은 편에 용마고등학교 등 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어 앞이 가렸지만, 당시엔 주위가 온통 논밭이었고 앞쪽 바다도 멀지 않았다고 한다.

임화는 1936년 <조광> 10월호에서 '문학상의 지방주의 문제'라는 글로 시인 백석의 작품을 비판적으로 평했는데, 허 박사는 이 당시 백석이 걸어 다녔던 길과 임화의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그런 글을 쓰지 않았나 추측했다.

또 임화가 쓴 '현해탄'이라는 연작시는 1938년에 나왔는데, 서울 출생인 그가 이토록 바다를 자주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마산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제13회 창동허새비축제의 하나로 개최된 이선관 시인 17주기 추모 문학심포지엄이 19일 오전 10시 창동 어울림센터에서 개최된 가운데 허정도 도시학박사의 '도시의 얼굴들'이라는 강연에 여러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강연 후 배대화 경남대 명예교수와 '창동아지매' 김경년 해설사가 토론을 이어갔다. 배 교수는 "장소의 힘은 도시의 경관과 환경 속에 숨겨진 힘이며, 공유된 토지와 공유된 시간으로 사람들의 사회적 기억을 키우는 힘"이라는 헤이든의 말을 빌려 "지하련과 임화의 삶의 현장과 문학이 창조된 공간에 대한 보존과 환기(喚起)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가 모두의 관심사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산문학관의 협소한 공간을 지적하고 "근대도시 마산의 문학을 제대로 전시할 수 있는 근대문학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년 해설사도 창동과 인연을 맺은 지 15년을 지내며 이 공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았고 이야기를 들었다며 학문당에 얽힌 이야기 하나를 소개했다. "학문당에 편지가 한 통 왔대요. 40년 전 중학생이었던 자기가 책을 한 권 훔쳤다며 돈 얼마를 봉투에 넣고 동봉한 편지예요. 그 사람은 그걸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마산이 있는 한, 창동이 있는 한 학문당이 오래오래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는 편지에 감동받았습니다. 어쩌면 작은 이야기일 수 있겠는데, 이런 이야기가 곳곳에 스며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된다면 그게 보석 아니겠나 싶습니다."

오후 2시엔 창동네거리에서 가수 김산, 김희정, 배진아, 장재석, 지니, 하동임, 늘·청 등이 출연해 문화공연을 펼쳤다.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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