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100여 명 현장 답사 함께
영화의전당 설계·규모 돋보여
F1963 폐산업시설 재생 '눈길'

3년 만에 열린 '도민건축대학' 건축물 답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산 건축물은 해운대 '영화의 전당', 복합문화공간 'F1963'이었다. 

지난 21일 경남건축문화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대한건축사협회 경상남도건축사회가 주관하는 '2022년 도민건축대학 건축물 답사'에 동행했다. 매해 경남건축문화제 행사의 한 꼭지로 진행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열리지 않다가 올해 3년 만에 재개된 행사다. 20년 동안 도내 19개 시군을 다 돌았고, 이번 답사지는 가까운 부산의 공공성이 돋보이는 건축물 현장이었다. 이날 김해·창원·진주에서 도민 100여 명이 함께했다.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1층 더블콘 건물 앞에서 '빅루프'를 올려다본 풍경. 이 지붕은 외팔보(캔틸레버) 방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이창우 기자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1층 더블콘 건물 앞에서 '빅루프'를 올려다본 풍경. 이 지붕은 외팔보(캔틸레버) 방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곳이다. /이창우 기자

첫 목적지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이었다. 2011년 개관 이후 쭉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폐막하는 곳이다. 부산 땅을 밟은 답사 참가자들은 집결 시간까지 건축물 주위를 돌며 규모에 한 번, 특이한 설계에 또 한 번 놀랐다. 영화의 전당은 평평한 땅 위에 산(시네마운틴), 언덕(비프힐), 기둥(더블콘)이 솟아오르고, 그 위에 하늘을 형상화해 거대한 지붕 2개(빅루프·스몰루프)를 올린 모양새다. 지붕과 건축물 사이는 날씨와 상관없이 공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지난 21일 강기표 건축사가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시네마운틴 건물 안에서 건축물 설계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지난 21일 강기표 건축사가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시네마운틴 건물 안에서 건축물 설계의도를 설명하고 있다. /이창우 기자

스몰루프는 높이가 다른 두 건물 사이 비스듬히 얹혀 있는데, 건물 위에 바로 올린 게 아니라 여러 개의 강관 기둥으로 이어져 있었다. 직접 보니 위태해 보이는데도 안정적으로 지지하는 구조가 놀라웠다. 덕분에 지붕에 가린 1층 야외극장은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식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빅루프는 아이스크림콘 2개를 겹친 모양의 건축물(더블콘) 하나가 우측 3분의 2 지점에서 기둥 역할을 하고, 나머지는 허공에 떠 있는 외팔보(캔틸레버) 구조다. 총길이 162.5m에 기둥 부분은 33m이며 외팔보 방식 지붕 중 가장 큰 규모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강기표 건축사는 "태풍이 불면 마징가 제트처럼 바닥에서 비상 기둥이 올라와 빅루프를 잡아 안전성을 더한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의 전당 설계자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쿱 힘멜브라우다.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본 야외극장 전경. 시네마마운틴과 비프힐 두 건축물 위에 얹힌 '스몰루프'가 천정 역할을 한다. /이창우 기자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구름다리에서 내려다본 야외극장 전경. 시네마마운틴과 비프힐 두 건축물 위에 얹힌 '스몰루프'가 천정 역할을 한다. /이창우 기자

변기수(67·창원시) 씨는 "사각형 건물만 가득한 한국 건축계에서는 나오기 어려웠을 창의적인 공간"이라면서도 "바닥에서 건축물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 구름다리에 어린이 보호용 완충재가 붙어 있지 않거나, 바닥 여기저기 금 간 곳 보강공사가 제대로 안 된 부분은 아쉽다"라고 말했다.

오후 첫 일정은 부산시 수영구 구락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F1963'이었다. 이곳은 광안대교 등 유명 현수교에 초고강도 와이어를 납품했던 회사 고려제강이 2008년까지 45년간 공장을 둔 곳이다. 한동안 창고로 방치되다, 2017년 전면 개축돼 전시장·카페·서점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산한 버스회사 차고지를 개조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카페 '브라운 핸즈'를 떠올리게 된다.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 앞에 놓인 안내판. 녹슨 철판을 재활용해 공간 정체성을 살렸다. /이창우 기자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 앞에 놓인 안내판. 녹슨 철판을 재활용해 공간 정체성을 살렸다. /이창우 기자

녹슨 철판을 재활용해 새긴 안내판, 공장 상부 골조와 각종 기계설비를 그대로 살린 내부 공간이 건축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최윤식 건축사는 "폐산업시설이 문화재생사업으로 되살아났는데, 도심 재생 사례로는 선구적인 곳"이라며 "이런 양식을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라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수제 맥줏집 '프라하 994' 내부 양조 시설은 와이어 공장 구조물과 퍽 잘 어울렸다. 카페 '테라로사 커피' 안에는 와이어, 와이어를 감는 설비 '보빈' 등이 곳곳에 소품으로 놓였고, 옛 철제 작업대 등은 탁자로 활용됐다. 작업자를 보호하도록 목재로 보호된 측면 마감까지 옛 모습 그대로다.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 내부 카페 전경. 공장 상부골조와 와이어, 보빈 등을 소품으로 활용했다. /이창우 기자
지난 21일 2022 도민건축대학 부산 답사지인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 내부 카페 전경. 공장 상부골조와 와이어, 보빈 등을 소품으로 활용했다. /이창우 기자

영화의 전당이 빈 땅에 시민을 위한 공간을 세웠다면, 이곳은 역사적 역할을 다한 공간을 시민에게 내어줘 새로운 가치를 만들었다. 

오공환 경상남도건축사회 회장은 "이 공간을 대형 공동주택단지 터로 내놨다면 회사 이익이 어마어마했을 텐데, 기꺼이 시민에게 내어준 결정이 아름답다"라며 "공공의 가치를 품은 건축물 의미를 답사객들이 충분히 느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답사객들은 두 건축물 외에도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낙동강하구 에코센터,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책그림섬(어린이 독서 공간)' 등을 탐방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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