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사는 공동주택에 불이 났는데 소방차 댈 곳이 마땅찮다면? 끔찍한 상황을 미리 막고자 어렵사리 마련한 공간, ‘소방차 전용구역’이 유명무실하다.

14일 오전 10시께, 창원시 의창구 한 공동주택단지를 찾았다. 672가구가 사는 공동주택단지지만 인적이 드문 시간대라 주차 공간도 여럿 비었다.

간밤에 이중주차를 했었는지, 경차 한 대가 지상층 주차공간 통로에 덩그러니 섰다. 차가 선 데는 마침 노란 도료로 그려진 소방차 전용구역이었다.

1059가구가 사는 다른 공동주택단지도 소방차 전용구역에 선 차가 있었다. 1040가구가 사는 다른 공동주택단지는 아예 소방차 전용구역이 없었다.

소방기본법상 소방차 전용구역이나 소방차 전용구역 사방으로 차를 세우면 방해행위다. 전용구역 진입로도 마찬가지. 최대 1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 대상이다.

14일 오전 10시게 창원시 의창구 한 공동주택단지 소방차 전용구역에 누군가 차를 세웠다. /최환석 기자
14일 오전 10시께 창원시 의창구 한 공동주택단지 소방차 전용구역에 누군가 차를 세웠다. /최환석 기자

다만, 법을 고치면서 2018년 8월 10일 이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나 건축허가를 신청한 100가구 이상 공동주택과 3층 이상 기숙사에만 소방차 전용구역을 두도록 규정했다.

앞선 공동주택단지는 모두 2018년 훨씬 이전에 세워졌다. 공동주택단지 자치 규약으로 소방차 전용구역을 둔 까닭에 폭이나 길이도 제각각에, 과태료마저 부과하지 못한다.

법을 당장 고치면 안될까. 지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공동주택단지는 지상으로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설계하는 까닭에 법과 상관 없이 소방차 전용구역을 쉽게 확보한다.

소방기본법상 확보 대상은 아니지만, 6100가구 창원 중동 유니시티는 주차공간을 모두 지하층에 둬 지상층 소방차 전용구역 주변으로 방해 요소가 전혀 없었다.

소급 입법이 어려운 점을 차치하더라도, 지은 지 오래인 공동주택단지는 주차공간이 모자라 법을 고쳐도 문제는 남는다. 결국, 당장은 모두의 관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노릇.

의창소방서는 14일 공동주택 소방차 전용구역 주차 금지를 당부했다. 의창소방서 관계자는 “불이 나는 등 긴급한 상황에서 원활한 소방 활동을 펼치려면 입주민 안전의식 전환과 자발적인 참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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