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다 타다다다.' 29일 롯데마트 양덕점 2층 한쪽에서는 포켓몬 게임기 버튼 두드리는 소리와 아이들의 신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손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부모들이 지폐를 게임에 필요한 500원짜리 동전으로 바꾸느라 분주했다.

최근 품절 대란을 일으킨 포켓몬 빵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폭발적 인기라면 포켓몬 게임인 '포켓몬 가오레'는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포켓몬 가오레는 포켓몬스터를 소재로 한 오락실 게임으로 2016년 일본에 먼저 출시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29일 기준 경남 21곳을 비롯해 전국 대형마트 및 복합쇼핑몰 252곳에 가오레 게임기가 설치돼 있다.

게임은 QR코드 기술이 적용된 '포켓몬 디스크'를 활용해 포켓몬과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조작법이 간단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게임 한 번에 1500원이 필요하다. 원하는 포켓몬을 포획했을 때 이를 포켓몬 디스크로 바꾸려면 1500원을 더 내야 한다. 

문제는 원하는 포켓몬이 나오지 않을 때다. 이른바 별 다섯 개 전설급 포켓몬을 포획하려면 꽤 많은 돈을 투입해야 한다. 정확한 확률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용자들은 최소 20여 판은 해야 얻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이마트 마산점에 설치된 포켓몬 가오레. 게임기 사용을 2회 이하로 부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신 기자

이날 아이들과 함께 대형 마트를 찾은 조은혜(31·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한 번 올 때 2~3만 원 기본으로 쓰고 가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좋아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오는데 확률형 게임이다 보니 중간에 그만두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최원우(42·창원시 마산합포구) 씨는 "아이들은 모를 수도 있는데 어른이 봤을 때 게임 방식이나 돈을 유도하는 게 사행성 높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이 포켓몬 게임을 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포켓몬 가오레가 소문을 타며 게임에 쓰이는 포켓몬 디스크 중고 거래량도 늘었다. 올해 중고나라에 등록된 포켓몬 디스크 거래 건수는 2250건으로 지난해 8~12월까지 등록된 1140건보다 2배가량 많았다. 가장 비싼 디스크인 전설급 포켓몬은 5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지난주 포켓몬 디스크를 중고로 판매한 이영주(41·창원시 성산구)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포켓몬 가오레 게임을 좋아해 거의 매일 간다"며 "요즘 엄마들 사이에서는 돈 먹는 기계라고 할 정도로 초등학생 사이에서는 인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웬만한 포켓몬 디스크는 다 가지고 있어서 똑같은 게 나오면 중고로 팔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인기다 보니 타지역에서 택배비를 부담할 테니 팔아달라고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어린이는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게임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관련 업계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정에서 올바른 소비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소비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