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해소 해법은 각양각색
전문가 "쪽지 공약만 남발"
성평등 공약 '미시적' 비판
선명도 낮고 정책경쟁 실종

대선 정국을 맞아 기울어진 추를 평행으로 맞춰 달라는 여성들의 바람이 쏟아진다. 그러나 성평등 요구가 젠더 갈등으로 번지면서 성별 임금 격차 해소나 성범죄 대응 등 정책이 선명하게 드러나진 않는다. 대선 후보들은 '성평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관련 정책과 발언을 정리해 봤다.

◇여성가족부, 달라지나 = 단 일곱 글자에서 시작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게시물을 올리자 여성가족부 개편 논란이 일었다. 여성가족부 개편 방향에 따라 성평등 관점도 달라지기에 이목이 쏠린다.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 입장을 내놨다. 대신 가족, 아동, 인구 정책을 아우를 수 있는 부처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기능을 다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조직 기능에 변화를 주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성평등부와 아동청소년부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심 후보는 "성평등부로 전환해 성주류화 정책 전담 추진 부서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성평등 실현을 위해서라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비슷한 의견이다.

여성가족부를 필두로 불거지는 젠더 논란에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일침을 가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동의할 수 없으며, 젠더 갈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대는 정치"라고 비판했다.

◇하위권에 머무르는 성차별 지표 = 2021년 세계경제포럼 <세계성별격차보고서>를 보면 한국 성 격차 지수는 156개국 가운데 102위다. OECD국가 중에서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모든 지표가 성차별을 가리키고 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여성의 삶은 더욱 흔들렸다. 2020년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3만 7000명 감소했다. 남성 취업자 수 감소와 1.7배 차이로 크다. 여성 고위공무원 8.5%, 기업 여성임원 5.2% 등 여성 대표성도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성별에 따른 시급과 상여금 차이를 공개하는 임금공시제를 해법으로 내놨다. 공공부터 도입해 민간으로 확대하면서 임금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안철수 후보도 임금 격차 해소에 공감했다. 안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에서 제시했듯이 임금 격차 범위를 15%까지 줄여 보겠다"고 했다. 여성 대선 후보 두 명은 성차별을 권고로만 두지 않고, 처벌까지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재연 후보는 100인 이상 기업은 성평등 지표에 미달하면 총급여액 1%를 벌금으로 징수하자는 안을 냈다. 심상정 후보도 직종 분리, 고용 단절, 임원 비율 등을 조사하고 성별임금공시와 공시 의무를 지우면서 성차별 감독과 제재 강화를 내세웠다. 윤 후보 대선 공약에서 성차별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일부 젊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나오는 역차별 지적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신 출산과 보육에 관심을 두고 '엄마'에 무게 중심을 뒀다. 젊은 기혼 여성 유권자 표심을 흔들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박미영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은 "이전에는 임금 노동 중심으로 노동을 바라봤다면 이제는 가사 노동도 포함해서 여성이 해내는 노동을 새롭게 정의 내릴 필요가 있다"며 "엄마에만 중심을 맞추고 모성 중심 사고하는 건 편협하다"고 지적했다.

전국여성노동자회는 노동에서의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차별시정국(고용노동부), 고용평등실(지방노동관서) 설치, 고용평등상담실 및 성희롱성차별전문위원회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평등 노동을 실현하려면 행정 집행력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점화된 여가부 폐지론
윤 "역사적 기능 다해"
이·심·안 조직 변화 무게
김 존치 넘어 기능 강화

 

◇성범죄 엄벌에는 한목소리 = 박원순 서울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르기까지 유력 대선 후보로 불리던 이들이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n번방을 필두로 디지털 성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는가 하면, 군대 성폭력, 데이트 폭력 살인 사건 등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대선 후보 모두 '가해자 엄벌, 피해자 보호'라는 기조는 유사하다. 이재명 후보는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나라'를 제시하면서 젠더 폭력 근절을 위한 4대 공약도 내놨다.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스토킹 처벌 범위 확대, 아동 및 청소년 대상 성범죄 무관용 처벌 등 젠더 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가 골자다.

윤석열 후보 역시 성폭력 엄벌 기조를 취했지만, 젊은 남성 유권자를 의식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해 무고죄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서다. 디지털 성범죄 대응에서는 "(카카오톡에서) 고양이 동영상도 검열에 걸려 공유할 수 없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 동영상도 검열 대상이 되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상정 후보는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불법 촬영, 여성 혐오 살인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꼽았다. 그는 불법 촬영물 유통 애플리케이션 등록 일시 중단 및 차단과 권력형 성범죄 공소시효 폐지 등으로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도 화두가 됐다. 폭행과 협박이 아니라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 요건을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후보도 같은 의견으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위해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후보는 불법 촬영물 공급망 해외 서버 단속을 위해 사이버 범죄 조약에 가입한다거나, 피해 촬영물 삭제 지원을 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공약이 눈에 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 미투에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도 냈다.

▲ 페미니스트주권자경남행동이 12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정우상가 앞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 페미니스트주권자경남행동이 12일 오후 창원시 성산구 정우상가 앞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거시안적 성평등 정책 없어 =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국민 절반인 여성의 생명과도 직결된 성범죄 문제에 대선 후보들이 침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죄형법정주의를 택하는 만큼 처벌 근간을 내놔야 할 대통령 후보들이 쪽지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정책의 선명도가 떨어지는 문제점도 비판했다. 윤 사무처장은 "날마다 대선 후보들이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꾸고 있고, 공식 입장을 물어도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평등은 정책 경쟁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 사회에 성차별이 있느냐부터 답이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는 "여성이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말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거대 양당만 놓고 봤을 때 국민의힘은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여성 정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지향이나 같아야 어느 방향이 좋을지 정책 경쟁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 대표는 "대선 후보에게는 한국 사회 여러 구조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며 "젠더 관점도 포함되는데 대선 후보만이 아니라 대다수 한국 남성 정치인에게는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