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집에 혐의 없음·감형 처분 등 성공사례로 홍보
"우리만의 노하우" 자랑…피해자 신분 노출 우려도

#1. 창원 한 로펌(법률 회사)은 지난해 말 누리집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구속 위기에 놓였으나 집행유예로 방어!' 게시물을 올렸다. 성범죄 피고인 변호를 맡아 피해자와 합의했고 집행유예를 얻었다는 '베스트 성공사례'다. 하지만 이 사례에는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어떻게 추행했는지, 피고인 신분이 공무원이라는 점까지 담겼다. 또 이 로펌은 성관계 영상 소지·배포 혐의를 받던 이가 '로펌만의 노하우'로 지난해 11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알렸다. '검사 출신 변호사 소속 로펌'이라고도 홍보한다.

#2. 창원에 사무소를 둔 한 법무법인은 이달 6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위계 등 추행) 감형 사례를 누리집에 공유했다. 피고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어린 피해자를 불러내 성관계를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지만, '합의' 등을 거쳐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받았다는 사례다.

#3. 창원의 또 다른 법무법인은 이달 13일 '미성년자의제강간, 강제추행 혐의를 받던 피고인의 집행유예(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를 광고했다. 이 사례는 피해자 나이와 신분을 밝히며, 추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선처를 받기 위한 진지한 사과', '소정의 금액 제공과 함께 깊은 사과' 등 합의 방식도 홍보했다.

법무법인 또는 변호사는 누리집 등에서 성범죄를 포함해 보이스피싱, 음주운전 등 다양한 범죄 '인기 키워드'를 두고 '성공사례'를 열거한다. 혐의가 있는 피고인의 변론을 맡는 변호사가 의뢰인을 모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성공사례' 광고도 이전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특히 성범죄는 2차 가해 우려와 과대광고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피해 사실이 자세히 적혀 있기도 하고, 무죄가 아니라 유죄인 징역형 '집행유예'까지 법정 구속이 안 된다는 이유로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전문센터'를 둔 법무법인도 눈에 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며 법정 모니터링을 해온 이나리 진해여성의전화 부설 진해성폭력상담소장은 "피해자 쪽에서 법무법인 광고 등을 보고 자신의 사건임을 알게 되는 사례가 있다"며 "변호사는 가해자를 변호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형량을 낮추는 방법을 광고하는 것은 수년째 이어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하면 감형될지 알려주는 반성문 서식이 돌아다니거나 미리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거나 여성단체를 후원하면 도움이 된다는 등 대응 방식을 충고해주는 곳도 많아졌다. 점점 피해자들은 힘들어지고, 가해자들이 공모하는 시스템은 활성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변호사법을 보면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업무 실적, 업무 홍보사항을 매체를 이용해 광고할 수 있다.

다만 △객관적 사실 과장이나 사실 일부 누락 등으로 소비자를 오도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내용 △소비자에게 업무수행 결과에 부당한 기대를 심어주는 내용 △부정한 방법 제시 등 변호사 품위 훼손 우려가 있는 광고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광고(대한변호사협회 규정)는 제한된다. 경남지방변호사회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에도 변호사윤리장전 위반 등 14가지 광고 제한 항목이 있다.

조아라 변호사(경남지방변호사회 홍보이사)는 "광고의 경우 누군가 진정을 내 문제 삼으면 윤리위원회가 열려 그 부분을 판단하게 돼 있다"면서 "성범죄 역시 유무죄를 다툴 수 있어 변호사가 광고로 피고인을 찾는 것이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광고에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나와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 어느 선까지 광고에 올려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지침)이 없긴 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은 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등을 지낸 1명 이상을 포함해 3명 이상 변호사로 구성된다. 이달 15일 기준 법무부가 게시한 현황을 보면 경남에는 법무법인 32곳 정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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