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비밀이 하나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우리 집에 온다면 조금 놀랄지도 모른다. 우리 집의 비밀은 바로 문짝이 죄다 없는 것이다. 물론 화장실 문은 있다. 문짝 없는 집은 매우 불편하다. 첫째,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다. 문이 있어야 옷을 입는데 문이 없으니 옷 입을 때마다 조마조마한다. 나는 이 점이 제일 불편하다. 둘째, 혼자만의 시간이 없다. 나 혼자 있고 싶을 때도 누구든지 방에 계속계속 들어온다. 셋째, 조용히 있을 수가 없다. 조용히 있고 싶을 때도, 온라인 수업을 할 때처럼 조용해야 할 때도 밖에서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TV 소리, 장난감 소리, 청소기 소리 등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음들이 가끔은 너무 시끄럽게 들릴 때가 있다. 문짝 없는 집은 내가 아주 어릴 때 생겨났다. 바야흐로 내가 3살 때 문짝들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문짝은 모두 엄마가 뗐는데 이유가 나 때문이었다. 내가 계속 문에 끼어서 문을 뗐다고 했다. 처음엔 내방, 그다음엔 아빠방, 옷방, 안방까지 전부 문짝이 떼졌다. 하지만 나는 인제 와서야 의문이 든다. 과연 내가 문에 끼어서 문을 전부 뗀 것일까? 엄마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하려는 건 아닐까? 라는 의문이 든다. 예전에는 잘 느끼지 못하였는데 요즘에는 예전보다 좀 더 불편한 것 같다. 내 개인의 사생활이라곤 1도 없고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나는 옷방에 있는 떨어진 문짝을 보면서 우리 집에 문짝이 다시 달릴 날을 기다린다. 우리 집도 다른 집처럼 문짝이 달렸으면 좋겠다. 이제부터라도 각자의 삶을 한번 살아보고 싶다. 내 생각에는 눈에 보이는 문을 여는 거보다 마음의 문을 여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 엄마는 아직 모르는 것 같다.

▲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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