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질환 치료 병원 태부족
도내 시군 의료진 편중도 심해
신속처치 놓친 환자생존율 낮아

우리는 가끔 도로 위에서 구급차와 마주친다. 누구는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긴박함이 느껴져 가슴이 요동친다고 한다. 꽉 막힌 도로를 힘겹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구급차 안에 탄 환자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도 언젠가 구급차를 타는 순간이 오진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맴돈다. 경남도민은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무사히 생명을 건질 수 있을까? 아니면 제때 치료라도 받을 수 있을까? <경남도민일보>가 경상남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의 도움을 받아 도내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해본다.

경남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생명이 위태할 수 있는 상황. 이 환자가 2시간 이내 응급실에 도착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발병 후 2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환자 비율'을 보면 경남이 31.4%로 광주, 대전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낮다. 특히, 중상을 입은 환자는 1시간 이내에 응급치료를 받아야 생존율이 올라간다.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이 시간을 '골든타임'이라 일컫는다.

불행하게도 경남은 3대 중증응급질환으로 꼽히는 심혈관, 뇌혈관, 중증외상 사망률이 전국 1위다. 모두 이송 시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질환들이다. 지역 내에 중증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적어 그만큼 경남도민의 골든타임은 타 지역보다 짧은 셈이다.

구급차. /연합뉴스

◇골든타임 놓친 사람들 = 지난해 20대 남성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지역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환자의 의식은 명료했다. 문제는 중증외상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 시간은 오후 5시. 퇴근 시간과 맞물리며 이송 시간이 길어졌다. 환자 심박수는 빨라지고, 혈압은 떨어졌다. 구급대원이 급한 대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지만, 환자는 사망했다. 과다 출혈과 다발성 골절이 사인이었다.

한 병원 응급실 간호사 ㄱ 씨는 "이 곳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린다"며 "인근 대학병원이 있었으면 아마도 그 환자는 살았지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내 한 조선소에서 일하던 노동자의 다리가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역 응급실은 부산에 있는 병원으로 안내했다. 구급차가 겨우 부산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지만, 환자를 받지 않았다. 길을 헤매던 구급차 안에서 환자의 심장이 멎었다. 이송 병원을 찾는 사이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이다.

이수훈 경상국립대병원 교수는 "중증응급질환 환자를 받으려면 중환자실용 침대가 필요하다"며 "대학병원에 경증 환자까지 몰리자 중환자실 침대가 부족한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심근경색 환자에게 '시간은 곧 생명'이다. 응급실 의사 ㄴ 씨는 "심근경색은 혈관 어디가 막혔는지부터 확인하는 조영술을 해야 한다. 막힌 부위를 확인하고, 혈관을 뚫거나 넓혀야 하는데 지역에 심장센터가 없으면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뇌출혈, 뇌경색도 마찬가지로 2~3시간 안에 치료가 필수다. 서둘러 혈관을 뚫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치료 후에도 뇌손상이라는 치명적인 후유증이 남는다.

◇의료기관·인력 모두 취약해 = 경남의 응급의료기관은 권역센터 3곳(창원·양산·진주), 지역센터 7곳(창원 3· 진주 2·김해 2), 지역기관 27곳(나머지 시군) 등 37곳이 있다. 응급의료기관은 시설 및 장비, 인력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중증응급환자는 지역센터급 이상에서 치료할 수 있다. 하동군과 함안군은 지역기관조차 없는 '의료취약지역'으로 꼽힌다. 골든타임을 연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응급처치도 받기 어렵다.

의사 부족도 문제다. 2015~2019년 한 해 평균 경남의 응급의학전문의 수는 51명이었다. 인구 수가 비슷한 수준인 부산은 평균 72명으로 경남보다 많았다. 임금보다 생활 및 업무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시군 지역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의사는 적다.

일반의, 전공의,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가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면서 군 복무를 대체하는 공중보건의 제도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보건소나 보건지소에서 근무한다.

응급의료체계에서 공중보건의는 절대적인 수를 채워준다는 의미 이상으로 효과를 내긴 어렵다. 경험의 부족도 있지만, 군 복무를 한다는 특성상 방어 진료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경남 내에서도 의료진 편중이 심하다. 센터급 이상 응급의료기관이 있는 창원(48명), 진주(21명), 양산(17명), 김해(16명) 순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전공의가 많다. 시 단위에서는 한 자릿수, 군 단위에서는 한 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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