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지임을 알면 현명한 결정을
지방홀대 정책 전향적 변화 필요

'진도아리랑'을 듣다 보면 가사 중에 문경새재가 나온다. 남도의 끝 바닷가 노랫말에 웬 문경새재일까? 그 문경에는 험준한 고갯길 외에도 색다른 전설 하나가 전해온다.

문경새재는 좌우로 조령산과 주흘산이 우뚝 솟아있는데, 주흘산은 문경의 주산이다.

전설에 따르면 조선이 개국하자 전국의 산들이 서울의 진산이 되고자 수도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주흘산도 부지런히 행장을 차려 길을 나섰으나 문경에 다다랐을 때 이미 삼각산이 서울의 진산으로 낙점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크게 탄식한 주흘산은 문경에 눌러앉았다. 모든 산들이 서울 쪽을 보고 있지만, 주흘산만은 삼각산에 등을 돌려 남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전설이 만들어낸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일 뿐이다. 그러나 과거 봉건왕조시대에는 산마저도 서울로 몰릴 만큼 수도권이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중심이었음을 방증하는 에피소드 아니겠는가.

그래서 서울을 옮기는 천도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고려시대에도 개경에서 평양 천도를 두고 갈등을 빚다 일어난 사건이 묘청의 난이었다. 서울을 옮기는 것은 나라를 새로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왕이 새로운 터를 찾아 움직이면 사람뿐 아니라 군사, 물자, 심지어 산과 강까지도 따라 움직일 판이다.

슬픈 일이지만, 나라의 주인이 임금인 시대에는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나라의 주인은 왕이 아니라 국민이다. 우리 헌법도 국가의 주체는 국민임을 천명하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이슈가 뜨겁다. 이건희 컬렉션이 등장하면서 그 열기는 더 달아올랐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관 위치가 결정되기도 전에 황희 장관의 '수도권 유치' 시사 발언이 전해지면서 전국이 들끓기도 했다. "지역민은 국민도 아니냐", "서울공화국이냐", "지방분권 약속은 말뿐이었느냐" 등 불평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결국 이건희 컬렉션 기증관 위치는 서울 용산과 송현동으로 압축해 발표되었다.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 창원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최초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북마산 회산다리 옆에 세웠던 협동상회(정미소)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는 이건희 컬렉션이 창원으로 오길 간절히 바랐다.

국립현대미술관 분관과 관련한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도 '창원시가 가장 준비가 앞선다', '입지와 접근성에서도 유리하다', '유치 노력도 가장 적극적이다' 등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허성무 시장을 비롯한 시민들의 의지가 모인 결과다.

정부의 오랜 지방홀대 정책은 이제 전향적 변화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제1국정철학이 무엇이었던가. 지방분권이었다. 지방분권개헌 소리는 쑥 들어가고 없더라도, 작은 실천 하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한국인의 마음의 고향인 '가고파' 마산만에 난데없는 섬이 만들어졌는데, 그 계륵 같은 섬에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유치된다면 그곳이 지방 예술문화에 대표적 상징물(랜드마크)이 되고, 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 첫걸음의 최고 적지가 창원특례시임은 이미 문체부도 잘 알고 있다 하니 그에 대해서는 부연하지 않겠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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