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폐교된 파주 금곡초교
작은도서관·독서캠핑장 활용
5월 민간 위탁·문화체험장 전환
매월 마지막주 '아트 캠핑'운영

인구 감소 등으로 폐교가 늘고 있습니다. 경남도교육청은 올해를 '미활용 폐교 재산 감축의 해'로 정했습니다. 지난해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미활용 폐교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폐교를 어떻게 잘 활용해나갈지, 경남을 비롯해 전국 폐교 활용 사례를 8차례에 걸쳐 찾아 나섭니다. 지역공동체가 함께 만들었던 학교가 그저 허물어지지 않고, 이제는 독서·예술·치유 공간 등 새로운 지역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독서, 캠핑, 문화체험. 이 세 가지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폐교를 활용하는 곳이 있다. 경기도 파주 별난독서문화체험장이다. 1946년 개교한 파주금곡초등학교는 1998년 통폐합으로 폐교했다. 2010년 일부 공간에 작은도서관이 먼저 마련됐고, 2017년 '별난독서캠핑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지역민과 마찰을 빚으면서 지난해 1년여간 파주시가 재정비해서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이름부터 '캠핑장'이 아니라 '문화체험장'이라고 바꿔 운영 방향을 새로 잡았다.

▲ 파주 독서문화체험장 건물과 시설 안내도.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파주 독서문화체험장 건물과 시설 안내도.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독서문화체험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야영을 즐기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독서문화체험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야영을 즐기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 = 지난달 26일 별난독서문화체험장은 재개장 후 시민에게 첫 '아트 캠핑'을 선보였다. 하루 동안 캠핑을 하고,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별난독서문화체험장과 함께하는 피크닉 캠핑'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사전 신청한 가족 10여 팀이 잔디 운동장 한쪽에 마련된 캠핑 공간에 텐트를 치고 체험장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독서 토론 활동, 영화 상영, 공예체험, 재즈 콘서트 등을 즐겼다.

유수연(35·경기 파주시) 씨는 "예전에 캠핑장 운영할 때부터 눈여겨봤었다. 재개장하고, 오픈 행사를 한다고 해서 이번에 예약하고 드디어 오게 됐다. 7살, 11살 아이, 남편과 함께 왔다. 영화 상영도, 독서 프로그램도 마음에 든다. 특히 아이들이 독서를 좋아해서 와보게 됐다"고 말했다.

▲ 독서토론 교실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손을 번쩍 들어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독서토론 교실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손을 번쩍 들어 선생님에게 질문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이선주(42) 씨는 "남편이 신청을 해서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왔다. 오전에 와서 텐트 치고, 아이들과 영화도 함께 봤다. 자연도 느끼고 독서하면서 캠핑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독서+문화예술 함께 즐겨 = 곽혜경 대표는 파주시 공모에서 민간 수탁자로 선정돼 올해 5월부터 별난독서문화체험장 운영을 맡았다. 그는 공연 기획을 하는 뮤직오션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음악, 재즈 교본도 펴낸 그는 실용음악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이곳에서 독서문화예술 교육을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문화체험장에 맞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가까이서 접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곽혜경 파주 별난독서문화체험장 대표. 그는 공연기획사 뮤직오션컴퍼니 대표이기도 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곽혜경 파주 별난독서문화체험장 대표. 그는 공연기획사 뮤직오션컴퍼니 대표이기도 하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곽 대표는 "독서, 문화예술교육 등을 독립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통합해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을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주민들은 수준 높은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가까이에서 접근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평일에는 유치원, 어린이집 등의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활동,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실버 앙상블 등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향수 만들기 등의 체험과 더불어 잔디운동장에서 신체 활동도 할 수 있게 한다.

실버 앙상블은 음악을 좋아하는 70대 어르신들이 모인 단체로, 문화체험장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야외 연주도 하고 있다. 주말에는 지역민을 대상으로 도자기 수업도 열고 있다. 이날 방문했을 때도 도자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 지역 주민들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지역 주민들이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한 달에 한 번은 이날처럼 '아트 캠핑'을 연다. 과거에는 캠핑장 위주로 운영됐지만, 지금은 상시 캠핑을 하지 않고 문화와 연계한 캠핑 프로그램을 월 1회 운영하기로 했다.

곽 대표는 "'아트 캠핑'은 매월 마지막 주에 진행하고자 한다. 공예체험,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매달 바꿔가면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오전에 가족 영화 <코코>를 보고, 오후에 영화와 관련 지어서 책 <한밤중 달빛 식당> 독서 토론, 기타 만들기가 진행됐다. 대부분 어린이들이 참여했다.

곽 대표는 "얼마 전 마을 단오제를 기념해서 판소리 하는 분을 모시고 공연을 했었다. 문화체험장은 수익 사업 공간이 아니다. 지역민들과 함께 문화예술 공간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학교 교사동은 금곡작은도서관, 문화체험장 사무실, 별난스튜디오, 별난배움터 등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문화체험장과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야외 운동장에는 야영장(17면), 관리동에는 관리실, 창고, 숙직실, 취사장, 샤워장, 화장실 등이 갖춰져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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