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겸 노동자로 공동체 의식 드높아
사납금 부담 줄여 줘 사고율 크게 낮춰
매출 코로나19 이전 80% 수준까지 회복
고객 만족과 기사 복지 실현 모두 이뤄

2018년 3월 29일 경남지역 최초로 출범한 창원택시협동조합을 향한 기대감은 컸다. 사납금을 기존 법인의 절반 수준으로 운영하면서 택시기사들을 안배하는 공동체적 구조가 승승장구할지 지역은 물론 택시업계에서도 큰 화두였다. 사납금 대폭 감소로 사고가 줄어드는 등 효과는 즉시 나타났고 업계에서 긍정적인 혁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큰 산을 만났다. 다행히 솟아오를 구멍은 있었다. 토막 난 매출을 극복하기 위해 조합원을 비롯한 협동조합이 자구책을 추진한 끝에 지금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매출로 다시 회복하고 있다. 올 4월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김태효(59) 이사장을 만나 코로나19 상황 속 우여곡절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조합 설명과 자기소개를 해달라.

"우리 조합은 기존 택시 법인의 난폭운전을 유도하는 높은 사납금 운영 방식 등에서 탈피하고 기사들이 주도적으로 택시업계에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2018년 3월 29일 옛 마창택시 기사 85명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모아 이익 배당, 노동환경 개선, 수익 증대, 각종 복지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저는 출범 초기부터 동우회장, 이사로서 활동한 바 있고 지난 4월 이사장에 취임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속 2년 동안 조합의 수장이라는 무거운 왕관을 쓰게 됐다."

-기존 법인택시와 다르다는 게 흥미로운데 조합 혜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 협동조합은 사용자가 없는 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조합으로 조합원 개개인이 노동자이면서 주주다. 일원으로서 공동체 의식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경영에 참여도 할 수 있다. 월급도 타사보다 50%가량 높고 사납금 부담에서 자유로워 사고율도 낮다. 정년도 75세며 성과급, 배당금도 지급한다. 조합이 잘되는 만큼 전 조합원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다."

▲ 김태효 창원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이 8일 오전 창원택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김태효 창원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이 8일 오전 창원택시협동조합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조합 출범 이후 3년이 지났다. 초창기와 같은 공동체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지.

"조합원이 조합의 주인이고 민주적인 운영, 지역사회 공헌 등 협동조합의 뼈대는 변하지 않았다. 택시업계 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각종 신규 사업과 조합원 부담 완화 정책 등을 추진하며 조합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다."

-조합이 가진 장점이 많은 만큼 택시업계에서도 협동조합 전환율이 높을 것 같다.

"업계 내 기타 조직들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협동조합 전환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기존 사용자-노동자 형태의 구조를 타파하거나 사용자가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추진이 쉽진 않을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 택시업계 상황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화하면서 택시를 타는 수요가 뚝 떨어졌었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야외 활동이 크게 줄어든 데다 5인 이상 집합 금지, 밤 시간대 일부 업체들의 영업 금지 등으로 대중교통이 끊기고 난 시간대 택시 콜이나 길거리 손님이 사라졌다. 영업에 큰 차질이 생기자 조합원들의 벌이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손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영업 시간이 늘어나 삶의 질도 하락했다."

-그런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냈는지.

"조합원 숨통을 터주는 것이 먼저였다. 지난해 사납금을 기존 6만 원에서 4만 원으로 낮췄다. 지난해 3·4·9·12월 넉 달 동안 운영비 5000만 원가량 인하해 조합원 부담을 덜고자 했다. 사납금이 줄었다고 혜택도 줄이진 않았다. 휴가비 등은 기존대로 지급했다. 택시업계에 새로운 신성으로 떠오른 모바일 콜택시 플랫폼 '카카오T블루' 가입 등을 지난해부터 추진해 이달 2일 첫선을 보였다. 성적표도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50%가량 줄었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80%가량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일부 조합을 나간 조합원이 있으나 탈퇴 사유는 경영난이 아닌 개인 사정이었다. 인원도 금방 다시 충원되는 등 조합원의 단합 덕분에 코로나19 터널을 잘 지나고 있다. "

▲ 김태효(오른쪽) 창원택시협동조합 이사장과 조합원이 8일 오전 카카오T블루 서비스에 등록된 택시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 김태효(오른쪽) 창원택시협동조합 이사장과 조합원이 8일 오전 카카오T블루 서비스에 등록된 택시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은주 인턴기자 kej@idomin.com

-카카오T블루에 가입하게 된 배경은.

"소비자 대다수가 카카오T 등 대형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조합원들도 카카오T 멤버십에 가입하는 등 카카오T가 대세 플랫폼이 된 만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올해 상반기 교육을 마치고 지난 2일 카카오T블루 서비스를 택시 13대, 조합원 22명이 시작했다. 조합원 이야기를 들어봐도 서비스 시행 이후 콜 수는 늘고 대기시간은 줄어 총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덤이다."

-앞으로 조합이 나아갈 방향은.

"코로나19, 비대면 확산 등 시대적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발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큰 목표다. 단기 계획으로는 카카오T블루 서비스를 8∼9월 추가 확대할 예정이다. 조합원 수익 창출도 30∼40%가량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만큼 공익 차원에서 전기·수소차 등 상용화에도 적극 앞장설 계획이다. 뿌듯하게도 타사에서도 저희 조합의 완성도나 체계를 보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 언급한 건 외에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아 말하기 어렵지만 여러가지 확장 사업도 준비 중이다. 제 임기(2년) 동안 경남 제1호 택시 협동조합으로 역사·전통 기반을 다지고, 다른 협동조합과 다르게 탄탄한 경영으로 조합원이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기둥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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