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벌써 2년
관행이라는 이름의 갑질, 큰 코 다친다

#1. 도내 모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ㄱ 씨는 최근 소속 상임위 기초의원으로부터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이 의원이 일간지에 기고문을 하나 보내려고 하는데 초안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하다 하다 이제는 대리 기고까지 써야 하나 싶었지만, 혹시 모를 불이익에 노트북을 켜고 원고를 쓰는 자신을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2. 창원시 산하기관에 다니는 ㄴ 씨는 최근 부서 내 교육 담당을 맡게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교육이 온라인 방식으로 바뀌면서 팀장의 온라인 강의까지 자신이 로그인해서 들어야 한다고 전임자가 귀띔했다. 불합리하다 싶어 전임자에게 항의했더니 "이전부터 교육 담당이 챙겨왔는데 까다롭게 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최근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시점이 오래되지 않았으니 지금도 바뀌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일단 취재원이 기사화하길 원치 않고, 넋두리 차원에서 한 말이라 소속 기관과 해당 당사자의 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관행처럼 여겨졌던 이런 일들이 이제는 처벌 대상이 되는 시대가 왔다.

오는 16일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2년을 맞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532건으로, 따돌림, 차별, 부당 지시, 폭행이나 폭언 등이 대부분이었다. 법 시행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2019년 7월 법 개정으로 우리 사회 직장문화의 민낯이 속속 드러났지만, 잘못된 직장문화 개선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까라면 깐다' 식의 상명하복과 같았던 조직문화가 수평화되고, 아랫사람을 직장동료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차츰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언행과 관행이다. 전임자 때부터 해왔던 관행이라든지, 부서 내 화합을 도모한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핑곗거리가 아직도 통하는 직장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모 기초의원과 팀장도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갑질'이라는 생각보다는 '관행'으로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달라졌다. 마지 못해 말 잘 듣는 척했던 부하직원들도 언제든 대응할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는 강력한 아이템을 장착했다. 음성적인 관행도 '한 번에 보내버릴' 환경이 조성됐다.

최근 인사 명령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장급 후배부터 수습기자까지 함께 일하는 부서원이 6명이나 생겼다. 나부터 마음을 다잡는다. '근무 시간 외 업무지시 금지', '언행 조심하기', '회식 참석 강요 않기', '사적 지시 안 하기' 등 피해야 할 것도 많다.

그래도 다짐한다. '한 방에 훅 가는 일은 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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