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문제,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고소 당한 의령군수 보며 군민 우려 커

오태완 의령군수가 최근 지역 한 여기자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해 진위를 떠나 지역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지역 기자 6명과 저녁식사를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오 군수가 해당 여기자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인데, 고소장을 접수한 경남경찰청이 조사에 들어가면서 지역 사회가 사건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지난 4·7 재선거로 당선해 100일도 안 된 오 군수 정치생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일이라 지역사회 관심은 뜨겁다.

오 군수는 펄쩍 뛴다. "30년이 넘는 정치인생에서 가장 억울한 일"이라고 항변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를 비롯해 하순봉 전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 등 주요 인물들을 30년 동안 보좌하면서 절제된 몸가짐이 몸에 밴 삶을 살아왔는데, 성추문에 휩싸여 여간 억울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 배후에 의령군정을 혁신하려는 내(오 군수) 노력에 반대하는 반개혁 세력과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는 불순한 배후 세력들이 있다고 추정'한다. 심지어 '그들의 부정한 청탁에 응하지 않자 나를 길들이고자 모함을 했다'고까지 이야기한다.

하지만, 오 군수 그날 발언을 되짚어보면 마냥 억울해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혐의를 받는 성추행 부분은 경찰 수사 등으로 유무죄가 밝혀질 문제지만, 그날 나눈 대화만으로도 받아들이는 처지에서는 어감에 따라 성희롱성 발언으로 불쾌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 군수는 간담회 참석자 모두에게 한 말로 당사자인 여기자에게만 한 말이 아니므로 성희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붉어진다는 의미로 고소인이 주장하는 '밑에도'가 아닌 '아래'로 표현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피해자가 처한 눈높이에서 사건을 바라보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오 군수 발언이 문제없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정치인들에게 흔히 '입은 닫고 귀는 열라'는 주문을 많이 한다. 그만큼 말을 할 때는 신중함을 기해야 하며, 자신의 말만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오 군수 취임 이후 군정에 역동성이 느껴진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 군수가 고소당했다는 소식은 지역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 사건으로 새로운 도약의 출발선에 선 의령 군정이 다시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당장 이건희미술관 의령 유치를 위한 군민 염원도 힘이 빠질 수 있다. 역대 어떤 일을 두고서 이건희미술관 유치만큼 군민이 의기투합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자칫 여론이 분열되면 결국 군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바라보는 군민도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진위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겠지만 의령군정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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