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수명·운전자 위협하지만
적발 땐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운송 의뢰한 화주 처벌은 미흡

지난 15일 과적 화물차 6대가 고성에서 창원 가포신항까지 운행하다 적발됐다. 적재물을 합한 총중량은 72t으로, 화주 삼강엠앤티는 과적 사실을 알고도 운행을 강행했다. 이 같은 과적 행위는 도로 수명과 다른 운전자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중대한 불법이지만, 현재는 화주 책임을 묻기 어려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0t 이상 과적차량, 운행허가서 필수 = 과적은 도로의 수명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미국도로교통협회(AASHTO) 시험결과에 따르면 축중량(한 축에 연결된 바퀴 무게) 10t 차량은 도로에 승용차 7만 대, 축중량 15t 차량은 승용차 39만 대와 같은 충격을 가한다. 진선미(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한국도로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고속도로 사망사고 가운데 화물차가 원인인 비율은 2015년 43%에서 2020년 6월 57.3%로 늘어났다.

현재 과적 행위를 단속하는 법령은 도로법과 도로교통법 두 가지다. 도로교통법은 차량 적재물을 적재중량의 110% 이내로 제한한다. 즉, 적재중량 5t으로 나온 차량은 5.5t이 최대 적재량이다. 도로법은 축중량 10t, 총중량(차량과 적재물) 40t이 넘는 차량의 운행을 제한한다.

두 법령 기준을 초과하는 짐을 실으려는 운수노동자는 경찰과 도로관리청(국토교통부·지자체)에 제한차량 운행허가를 얻어야 한다.

▲ 지난 15일 낮 12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고등학교 앞 가포신항중앙로 가장자리에 과적 화물차 한 대가 서 있다. /이창우 기자 irondumy@idomin.com
▲ 과적 화물차. /경남도민일보 DB

◇단속 주체는 경찰·도로관리청 = 실제 단속은 대부분 도로법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한국도로공사 부산경남본부는 69개 고속도로 요금소에 고정식 중량측정기를 설치해 허가를 받지 않은 차량을 단속한다. 과적 단속건수는 2010년 7051대에서 지난해 5828대로 줄었다. 그만큼 국도로 우회하는 과적 차량이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동식 중량측정기를 운용하는 각 지방 국토관리사무소 단속원들이 국도로 이동하는 과적 차량을 잡아낸다.

이처럼 단속 체계가 정비돼 있는데도 과적 차량은 끊이지 않는다. 진주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제한차량 운행허가서를 내주는 최고 중량은 48t까지로, 이 이상은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법령 위반"이라며 "어차피 운행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과적 운송을 강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적발돼도 화주 책임 못 물어 = 과적 운행이 적발되면 모든 손해는 운수노동자에게 돌아간다. 도로법·도로교통법은 제한차량 운행허가를 받을 의무와 과적 단속에 걸렸을 때 책임을 운수노동자에게 지운다. 이번 삼강엠앤티 과적 화물을 옮기다 적발된 차량 운전자들도 모두 150만 원 상당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하지만 계약관계상 과적 운행을 지시했을 화주 삼강엠앤티는 사실상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운수노동자들이 과적 관련 법규정을 모를 리 없다. 이들은 과적 운행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화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법의 한계를 들었다. 강용권 전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 창원지회장은 "화주가 과적 운행을 지시하면 안 된다는 법 규정은 있지만, 운수노동자가 운행을 거부하고 화주를 고발할 때만 적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원이 소속 기업의 비리를 알고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과적을 고발하는 순간 화주는 일감을 끊을 것이고, 운수사업자는 노동자를 배차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준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장은 "과적 차량을 적발하는 순간, 운전자는 물론 화주·운수사업자까지 함께 처벌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라며 "중량을 나누어 받으면, 전체적인 일감이 늘어나 노동자들도 좋고, 무리한 과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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