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대교 해안도로 달리고 해맞이공원서 여유롭게 휴식
공룡 조형물·조선소·작은섬 등 너른 바다 한눈에 들어와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는다는 절기 '망종'(芒種)에 들어선 문턱, 날씨가 흐려 햇빛이 따갑지 않던 날 고성에 머물렀다. "오전 7시에 보자"는 자전거유람 단원의 말에 국토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린 동진대교가 있는 해안도로로 갔다. 고성군 동해면 외산리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창포리를 잇는 이 다리를 건너 고성에 발을 들였더니 유유히 바다를 가르며 지나가는 어선 한 척과 궁도라는 이름의 조그마한 섬 하나가 눈 안에 들어왔다. 드라이브차 몇 차례 와본 곳이었지만, 자전거 페달을 밟던 이날(10일)은 이전과 느낌이 달랐다. 자전거에 몸을 싣고 일대를 거닐 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새롭게 느껴졌다. 해안도로가 아름다운 동네 고성에서 웃음 띤 얼굴로 페달을 밟던 나를 만났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동진대교 지나 내산리 고분군으로 = 동진대교는 20년 전 경남도가 남해안 관광벨트와 관광 일주도로 개설사업의 하나로 세운 다리다. 바다를 배경으로 빨간 교각과 해안도로가 인상적이어서 드라이브 '맛집'으로 불리는 곳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로가 보기 좋게 잘 닦여 있다. 자전거유람단이 동진대교를 출발지로 정하고 자전거를 몬 이날에도 무리 지어 라이딩하는 이들과 홀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국도인 77번 국도가 지나가는 동진대교에서 고성 방면으로 페달을 밟는 재미가 쏠쏠한 까닭일 거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것은 이곳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임이 틀림없다.

동진대교에서 다리 밑으로 이어지는 경사진 다리 양방향으론 쌩하고 지나가는 차량 탓에 속도를 내서 페달을 밟는 것은 무리다. 차를 만나면 어느 쪽이든 길 한쪽으로 붙어서 피해야 한다. 일행은 속도를 조절하며 페달을 밟아 다리 밑으로 내려갔다. 동진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도로를 지나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가야 무덤 고성 동해면 내산리 고분군(사적 제120호)으로 자전거 머리를 돌렸다. 애초에 계획했던 교각 다음 목적지는 소담수목원이었다. 길을 지나치는 바람에 곧장 고분군으로 내달렸다. 바다를 낀 도로와 농경지로 둘러싸인 도로를 거쳐 5㎞ 정도 페달을 밟으니 낮은 언덕과 평지에 모여있는 고분 60여 기가 나타났다. 봉토 지름이 10m 안팎인 고분 40여 기와 15m 이상 고분 20기가 이곳에 있었다. 6세기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인데, 전체 면적은 18만 6135㎡다. 일대는 발굴조사 이후 정돈된 상태였다.

▲ 동해면에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위치한 해맞이공원. 고성군을 대표하는 공룡 모형이 자전거로 달려온 일행을 반긴다./이동욱 기자
▲ 동해면에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위치한 해맞이공원. 고성군을 대표하는 공룡 모형이 자전거로 달려온 일행을 반긴다./이동욱 기자

◇군민들에게만 개방하는 고성생태학습관과 경사진 만화방초 = 내산리 고분군에서 잠시 숨을 고르다가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고분군으로부터 15㎞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고성생태학습관이 일행의 다음 목적지였다. 첫 출발지로부턴 21㎞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학습관에 다다르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봉착했다. 고성군민이 아니었던 게 문제였다. 고성생태학습관은 고성군에 주소를 둔 군민들만 관람이 가능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내려진 조치라고 한다. 아쉬운 대로 학습관 앞에 설치된 연못과 야외 분수대, 그 주변으로 심겨있는 식물들만 카메라에 담았다.

또 한 번 이곳에서 숨을 고른 뒤 만화방초로 향했다. 거리는 5.3㎞. 학습관 주변 돼지 축사가 있는 길 쪽으로 페달을 밟았다. '불법 돈사', '돼지 악취', '적폐 청산'이라고 적힌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바위를 보고 나서 다시 달리는데, 얼마 가지 않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이 내건 펼침막이 보였다.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마을 주민들의 고충을 짐작하며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생태학습관에서 만화방초 입구 주차장에 다다를 때까지 오르막을 여럿 만났다. 만화방초는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급경사다. 생태관 안에서도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다. 칠면조와 닭을 비롯해 수국과 연꽃 등 식물을 볼 수 있는 만화방초 안에 들어서면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없다. 도보로만 이동해야 한다. 경사가 심해 자전거를 타고 위로 올라가기도 쉽지 않다.

▲ 10일 오전 7시 고성군 동해면 동진대교가 있는 해안도로에서 차량 1대가 지나가고 있다. /최석환 기자
▲ 10일 오전 7시 고성군 동해면 동진대교가 있는 해안도로에서 차량 1대가 지나가고 있다. /최석환 기자

◇고불고불 경사진 해안도로 = 이날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바다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경사진 해안도로다. 조선업체가 몰려있는 동해면 장좌리 해안도로에 다다르면 평평한 도로와 함께 가파르게 경사진 도로가 위아래로 쭉 펼쳐진다. 나무와 도로, 바다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풍경도 보여준다. 작은 마을과 조선업 기업들이 이곳에 몰려있다. 도로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마주한 버스 정류장에 적힌 마을 이름이 모두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수가 많다. 조금 달리다 보면 마을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회사 건물이 이어서 나타난다. 이곳에선 이런 풍경이 반복적으로 드러난다.

주꾸미로 점심을 해결한 뒤부터 자전거에 몸을 싣고 페달을 밟기 시작한 오후 무렵에는 습한 날씨가 이어졌다. 바다를 배경으로 뻗어있는 고불고불한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 이어진 길을 따라 해맞이공원까지 내달렸다.

해맞이공원은 출발지점인 동진대교와 2.3㎞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간 지점이다. 공룡 조형물과 조선소,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 일대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해맞이공원이다. 이곳 풍광을 눈에 담고 인근 카페를 지나 어선들이 늘어서 있는 주변 도로를 타고 올라가면 여정의 9분 능선을 넘은 셈이다.

10분만 더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종착지다. 일행은 동진대교를 출발해 다시 동진대교로 돌아오는 것을 끝으로 66㎞의 여정을 마쳤다.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 = 만화방초(萬花芳草)는 '온갖 꽃과 향기로운 풀'이라는 그 뜻 그대로다. 야생녹차밭과 야생화밭을 따라 산책할 수 있다. 봄이면 얼레지, 여름에는 산수국이 활짝 피고 가을 무렵 상사화로 붉게 물든다. 입장료(성인 기준 3000원)를 내고 자전거는 입구 쪽에 세워둬야 한다. 거류면 은황길 82-91. 문의 1644-1026.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창포리에서 고성 동해면 양촌리까지 이어지는 동진대교가 있는 해안도로는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 중 하나로 꼽았다. 이 길에서 만나는 해맞이공원은 해안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동해면 조선특구로 2084.

해안길을 벗어나 고성 내산리고분군의 넉넉한 품에 안겨도 좋다. 애초 고분 100여 기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도굴과 개발을 피하지는 못했다. 고성 송학동고분군과 함께 이 지역 가야시대 고분의 특색을 보여준다. 동해면 내산리 산191.

▲ 주꾸미 볶음에 곁들여 먹는 새우./최석환 기자
▲ 주꾸미 볶음에 곁들여 먹는 새우./최석환 기자

◇먹거리 = 거류면에 있는 한 주꾸미 식당을 찾았다. 달리는 길가에 있어 찾는 수고를 덜었다. 살짝 매콤한 주꾸미에 새우를 곁들여 굽고 볶음밥으로 마무리했다. 주꾸미 1인분 1만 원이다.

가을이 오면 새우소금구이를 즐길 수 있다. 굵은 소금 위에 새우를 올려 짭조름하게 구워낸다. 새우는 주황빛깔로 변하면서 눈을 사로잡는다. 고성 대표 해산물로 흰다리새우와 참새우(보리새우)가 꼽힌다. 새우 머리는 따로 버터구이나 튀김으로 먹을 수 있는데, 바삭바삭 씹는 맛이 좋다. 새우 라면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공식이다.

또 고성은 전국 가리비 생산량 70% 이상을 차지한다. 고성 자란만에서 나오는 하모(갯장어)는 전국 으뜸으로 평가받는다.

◇놀거리 = 고성생태학습관은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재활용한 장소다. 닥터피쉬 체험관, 1급수 담수생물 수족관, 철갑상어 터널 수족관 등이 있다.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입장객을 고성군민으로 한정해놓아 사전에 연락해보는 것이 좋겠다. 고성읍 송학리 134-1. 문의 055-670-4407.

지난 2007년 10월 문을 연 엄홍길전시관은 산악인 엄홍길의 성장 과정과 히말라야 등정 일화 등을 담고 있다. 거류면 거류로 335. 문의 055-673-2296.

동해면과 거류면은 아니지만, 고성 하면 공룡을 빠뜨릴 수 없다. 2021경남고성공룡세계엑스포는 10월 1일부터 11월 7일까지 열린다. 엑스포 주행사장인 당항포관광지는 당항포해전관, 자연사박물관, 가족휴양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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