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노동임에도 노동권 보장 안돼
희생·봉사정신으로 버티기 어려워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충분히 쉬지 못한 상황에서 약속된 어르신을 돌보기 위해 무리하게 일하려다 병원에 실려 갔던 요양보호사 이야기는 돌봄노동자를 필수 노동자라고 칭하며 우리 사회가 존중해야 할 소중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돌봄노동자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우리를 참 부끄럽게 했습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어르신을 간병하던 요양보호사들이 돌봄노동자지원센터에 자주 오십니다. 이분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일반 환자들을 위한 병상이 운영될 수 없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처음엔 얼마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이즈음 개소한 '경상남도중부권돌봄노동자지원센터'에서 교육에 참여하면서 요양보호사들은 병실 근무지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젠 6개월 정도의 휴업급여, 이후 5~6개월 정도의 실업급여도 끝났습니다.

그분들 중 한 요양보호사는 일하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해서 작은 요양원에 면접을 보고, 출근을 결정하고, 어르신 돌봄 준비를 위해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며칠 열도 나고, 몸살 기운도 있지만 좀 나아지는 것 같아서 출근할 날을 앞두고 보건소에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갔다가 조금 더 쉬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서 출근을 늦추려 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없고, 어르신들을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기에 며칠 야간 근무를 해야만 했습니다. 둘째 야간 근무 중 집으로 돌아왔고, 혼자 계시다가 저희 센터로 아프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센터는 119로 연락하였고 결국 이 요양보호사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야 했습니다.

소중한 돌봄정신에 감동을 받았고, 직업정신에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그러고는 누워있는 보호사님과 가족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그러다 밀려온 감정이 돌봄노동을 필수노동이라 칭한 우리가 부끄럽다는 감정이었습니다.

돌봄노동이 우리 사회의 위험 상황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지만, 그 필수노동자들에게 우리 사회가 무엇을 보답할 수 있는 것인지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소득, 단시간 노동, 휴게시간, 이동시간, 위험에 대한 보상 무엇 하나 답할 수 없는 좋지 못한 일자리의 대표적인 직종으로 이야기되는 돌봄노동입니다. 2곳에 취업해서(고용되어) 종일 일을 하지만, 그 어느 곳도 월 60시간이 안 되어 4대 보험과 상용근로자의 권리가 제외되기까지 하는 돌봄노동입니다.

최근 들어 필수노동이라지만 보장되지 못하는 노동권에 대한 당사자들 목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옵니다. 돌봄노동에 대한 인식개선이 절실하다고 하고 있고, '아줌마'가 아니라 '요양보호사'라고 대대적으로 방송을 통한 캠페인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의 열악함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요양보호사들의 희생과 봉사정신, 직업정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찬가지로 저희 경상남도중부권돌봄노동자지원센터도 아직은 어떻게 돌봄노동자에게 다가가야 하는가를 찾고 있습니다. 깔끔하게 정리된 센터 공간에 커피와 운동기구, 마사지 의자를 놓아두고 돌봄노동자들이 이용하기를 기다리며, 고충 상담과 일자리 연결에 대한 상담지원으로 시작하였지만, 동료와의 만남, 지역사회 전문가들과의 만남, 돌봄노동 종사자와 수혜자 및 가족 만남 등으로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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