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시집 〈시골시인-K〉 출간
경상도 출신·활동 시인 6인
'지방 시인'경험 담아

그간 고추냉이가 덜 들어간 밋밋한 생선초밥만 먹었는가보다. 시집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고추냉이의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생선초밥을 먹은 기분이었다. 고추냉이는 마치 서울 중심의 한국 문학계에 '빨간 맛' 좀 보라고 던지는 펀치 같았다.

경상도 지역 시인 6명이 합동시집 <시골시인-K>를 냈다. 중앙 문단에 '시로 맞짱 떠보자'며 출사표를 던진 이들은 석민재(46·하동), 권상진(49·경주), 유승영(53·진주), 권수진(44·마산), 서형국(48·고성), 이필(49·서울) 시인이다.

시인 6명은 동인이 아니다.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지 않는다. 공통점이라면 경상도에서 태어났거나 경상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이라는 것. 이들은 지난해 여름 우연히 만나 제대로 된 시적 난장을 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시인 6명은 "소위 중앙이라 불리는 문단에서 소외된 지방 작가들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에서 얼마든지 열정적으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원고를 취합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옅은 연두색 시집 표지를 열면 '시골의 국경', '우리는 종종 변방이라서 밝아요', '잘 풀려 우리 여기까지 왔네요', '지금 여기로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로 나뉘어 있다. 이 안에는 6명이 써낸 신작 시 10편씩과 '지방 시인'의 경험을 담은 산문 1편씩, 각자 그린 자화상 캐리커처가 담겼다. 발문은 이들의 행보를 적극 지지한 성윤석(55) 시인이 썼다.

▲ 석민재
▲ 석민재
▲ 권상진
▲ 권상진
▲ 유승영
▲ 유승영

시는 독자 개인이 직접 접하길 바라며 각 시인의 산문을 짤막하게 소개한다. 가슴 따끔하게 현실을 지적하면서 솔직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드러낸다.

"그래도 팔딱팔딱 살아서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 하고 연탄 밑에 연탄처럼 밑불이 되자. 불을 선물하자. 한 줌의 빛이 되자."(석민재)

"좋은 시를 쓰려 하지 않고 나를 드러낼 궁리만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돌아보니 나는 보이지 않고 허영만 가득 차 있는 가짜시인이 되어 있었다."(권상진)

"나는 백석을 좋아한다. 만주라는 변방에서 철저히 혼자 시(詩)로서 변화의 꿈을 이루었던 백석 시인. (중략) 지금 우리 시대의 문학을 보라. 결국엔 인맥이 또는 문단의 주류가 판을 치고 있다."(유승영)

▲ 권수진
▲ 권수진
▲ 서형국
▲ 서형국
▲ 이필
▲ 이필

"시인은 하늘과 바람과 별을 시로 노래한다지만 여기도 사람 사는 세상인지라 악취가 심하게 나기도 하고 똥파리가 들끓기도 하는 것이다."(권수진)

"그리고 뒤늦게 알았지만 내가 바라본 시각에서 소외 받고 있다고 느꼈던 이 시인들은 사실, 소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소외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중략) 나는 이들의 선택에 박수를 치며 응원할 것이다."(서형국)

"이번 K-프로젝트에서 나는 그냥 '표현의 광란'에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어찌 보면 말들을 위한 말잔치, 악상 기호로 보자면 18세기 하이든 시절의 '장식음' 같은 것들. 이제는 누구도 연주하지 않는, 그래서 의례용으로만 존재할 법한. K-프로젝트는 여기서 돌아나가는 길을 잃은 낯선 장소로 데려다주었다."(이필)

시인 6명은 합동시집에 이어 시골 시인 다큐멘터리도 기획하고 있다. 이들은 <시골시인-K>를 필두로 <시골시인-A>, <시골시인-B>, <시골시인-C>가 전국 각 지역에서 계속 이어져 나가길 기대하며 합동시집 수익금을 다음 시골시인 프로젝트를 위해 후원할 계획이다.

도서출판 걷는사람, 168쪽,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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