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비틀고 바둥대도 캄캄한 경쟁사회
더 좁은 울타리 속 잘난 체하는 정치인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가용 차를 살 때 일단 크기부터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작년에 팔린 차량 중 약 42%가 중대형이었다 한다. 제조사들도 차가 큰 것을 강조하는데 작은 차가 소비자 입맛을 맛추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차의 크기가 커지면 더 안락할 수는 있겠지만 내릴 때 곤란한 경우를 겪는 경우도 늘고 있다. 옆에 주차된 차량과 소위 문콕 사고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진땀을 빼기 일쑤다. 기왕에 그어 놓는 선, 좀 큼지막하게 그어놓지 하며 불평을 쏟곤 하지만 금방 그것이 답이 아님을 안다. 크게 그어 놓으면 그만큼 댈 수 있는 차가 적어질 것이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이 허다한 공동주택단지의 경우 더 큰 문제가 닥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잔뜩 때 빼고 광내어 나섰는데 좁은 주차장에서 몸을 구겨서 내리다가 모양 안좋게 되는 꼴은 좀 면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뉴스를 보면 요즘 2030세대들의 처지가 꼭 좁은 주차면 때문에 낑낑거려야 하는 운전자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학우들과 경쟁을 하면서 중고교를 마쳤는데 힘들게 들어간 대학은 미래를 보장해 주지를 않는다. 세상이 꼽아주는 직장은 저 높은 곳에 있고 그 바늘구멍을 뚫고 나서기가 영 어려울 듯해서 낮은 곳을 바라보기도 겁난다. 사람값이 거기서 결정되는 듯한 세상의 눈초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은 중소기업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보람도 찾을 수 있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는 부모세대에서 멈춘 지 오래이다. 쥐어짜듯 몸을 있는대로 비틀어 나온 곳이 허허벌판이라면 낙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집값, 불공정, 어둡기만한 미래, 연애도 어려우니 마침내 혼자만 남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몸을 비틀고 바둥대야 하는 것은 청년세대들뿐만이 아니다. 점점 늘어나는 세금과 생활비에다 청년세대의 불행이 남의 일이 아니다 보니 자식들 뒤치다꺼리까지 걱정해야되는 5060도 결코 넓은 주차면에 서 있지 않다. 결국 열심히 살았으나 뒤돌아보니 손에 쥔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거기다가 자기들은 그래도 부모 봉양이라는 것을 의무로 알고 살았지만 자식들은 아예 그런 생각 자체가 없으니 나중에 요양병원 갈 돈도 마련해야 하니 대한민국이 단군 이래 최고로 잘산다고 하지만 남의 이야기로 들린다.

그러나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불행하다고 느껴도 이런 울타리에 가둬놓은 정치인들보다는 나은 삶이다 싶다. 여당도 야당도 당내 선거가 끝났는데 당당히 이래야 한다는 주장은 사라지고 비는 형용만 늘었다 싶다. 참으로 빌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 속에 다른 맘이 훤히 보인다. 그러고 보면 모두가 벌거벗은 임금님인데 왜 그 답 없는 곳에서 잘나 보이지 못해 안달들인지 참으로 답 없어 보이고 딱해 보이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사람의 삶에서 희망이 있어야 하고 일을 했으면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모두들 떠들긴 하지만 저들이야말로 삶의 가치로서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어 보인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으니 저 난리들이겠지만 그것은 딴 세상일이고 지녀도 얼마 가지 못하는 걸 모르는 국민은 이제 없다.

각설하고 녹음이 하루하루 짙어가는 봄날에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어 주차면 대폭 확대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몸을 비틀지 않아야 세상이 바로 보일 것 아닌가. 정치가 할 일은 세를 모아 제 잘난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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