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방송'. 동영상으로 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온라인 방송이다. 지상파나 케이블에도 많이 한다. 맛있게 엄청나게 먹어대는 출연자의 행위 뒤에는 영상이 담지 못하는 그 엄청난 만큼의 고통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참 희한하다. 못 먹어 죽은 귀신이 있는 시대도 아니고, 왜 이런 먹방이 인기를 끄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색하다 찾은 자료 중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2019년 발표한 '소비자행태조사보고서'가 있는데, '주로 시청하는 온라인 동영상 유형'에서 먹방이 61%로 단연 1위로 나타났다. 복수 응답이었음에도 일상/여행/맛집, 뉴스/정치, 영화/엔터테인먼트, 음악 분야보다 월등히 앞선 비율을 보여주었다. 2년 지난 지금이라고 다를까 싶다.

어쩌다 TV 채널을 넘기다가 먹방에서 멈칫할 때가 있다. 빼빼 말라 음식 섭취가 필요하다 싶은 인물이 아니라, 한 달은 안 먹어도 죽지는 않겠다 싶은 덩치의 연예인들이 적지도 않은 양의 음식을 한입에 꿀꺽 삼키는 것을 보고 웃음은커녕 '저러다 쟤 죽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절로 나왔다. 한때 크게,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랴만 방송가든 기업이든 뭐 어디든, 가냘픈 몸매의 여성을 선호하는 풍토를 당연시하던 적이 있었다. 이런 풍토에 반발해 뚱뚱하고 못생긴 게 무슨 죄냐며 들고일어난 개그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2005년 방송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 등장한 '출산드라'다. 김현숙이 연기한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먹어라, 너의 시작은 삐쩍 골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 어쩌면 그의 예언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다.

먹방이 즐거움만 주는 건 아니다. 먹고 뱉어내는 장면으로 불쾌감을 주기도 하고 도가 넘치는 낭비로 '저건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게도 한다. 이런 먹방 그만 좀 할 수 없나. 낭비와 쓰레기 줄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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