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수능시험장 앞은 코로나19 여파로 평소와 달리 질서정연했다. 각오를 다지는 수험생들과 이들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모습은 여전했다.

3일 오전 7시 15분께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88지구 제 13시험장인 창원용호고 앞을 찾았다. 용호고 진입 사거리에는 경찰 2명이 차량 통제 중이었다. 수신호를 따라 수험생을 태운 학부모 차량, 택시들이 속속 진입했다.

아침 날씨는 영상 4도였다. 교문 앞에서 내린 수험생들은 두꺼운 점퍼로 몸을 꽁꽁 싸맸다. 시험장에서 깔고 앉을 방석을 꼭 껴안고 있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시험장 입실은 오전 6시 30분부터 시작됐다.

경일여고 이연주(18) 학생은 "독서실을 못 가 집에서 공부했지만, 집중이 되지 않아 힘들었다 "면서도 "공부도 건강도 놓치지 않으려고 비타민을 챙겨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험 볼 때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하는데, 실은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다"며 "김이 서릴까 봐 안경을 벗고 응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예원(18) 학생은 "지금은 불안하고 긴장되지만, 최선을 다해 응시할 것"이라며 "시험이 끝나면 집에서 푹 자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헤어지기 전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교문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손을 흔들었다. 학교 안으로 사라지는 자녀에게 큰 소리로 "화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용호고등학교 시험장 입구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창원시 의창구 용호고등학교 시험장 입구에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딸과 막 헤어진 학부모 김선희 씨는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공부에 집중을 못 하고, 울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딸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라며 응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여정언(43) 씨는 "학교도 못 가고, 학원도 못가는 상황이 오래 지속돼 공부 습관이 잡혀 있는 아이들과의 격차가 많이 벌어질까 봐 걱정이 컸다"며 "딸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만 잘하고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교 앞에서 차량을 통제하던 문희태 배움터지킴이(학교보안관)는 "올해 수능시험장 분위기가 많이 차분하고 질성정연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교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가 교문 앞에서 따뜻한 음료를 나눠주기도 했고, 응원 오는 후배들도 있어 시끌벅적했다는 것이다.2021 시험장 앞 차량 통제도 한결 쉬워졌다. 입실 시작 시각이 전보다 30분 빨라져 학부모 차량이 특정 시간에 몰리지 않아서다. 

학부모 차량은 교문을 통과할 수 없었지만, 예외도 있었다.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은 한 수험생은 학교 건물 바로 앞에서 내려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학교 측의 배려였다. 

수험생들은 건물 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손소독을 한 뒤 차례로 고사장에 들어갔다. 책상 앞에는 가로 60㎝, 높이 45㎝ 크기의 칸막이가 설치됐다. 학생들은 칠판에 붙어 있는 답안지 작성 유의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모습이었다.이날 시험은 오전 8시 40분 1교시 국어영역부터 시작됐다. 

박홍범 창원용호고 교장은 "학생들이 코로나19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시험을 치러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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