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처음 시작한 전낙봉 씨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옛날집 낙원아구찜-처음집'. 주인 전낙봉(86·사진)·윤청자(75) 부부는 이제 직접 요리를 하지는 않는다. 아들에게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13.22㎡(4평)짜리 공간에서 시작해 이제 2·3층까지 가게를 넓혔다. 지난 세월을 뒤로하고 좀 쉴만도 하지만 여전히 가게를 지킨다.

전 씨는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혼자 술잔을 기울인다. 나이 탓에 대화가 편치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옛 기억은 또렷이 안고 있다.

"고향 황해도를 떠나 서울 와서는 사업하다 2∼3번 실패했지. 마누라가 작은 옷가게하고 나는 손수레를 끌었는데, 그렇게 해서는 평생 빚을 못 갚을 것 같으니 어떡해. 기술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식당이겠더라고. 바다음식으로 할지 육지음식으로 할지 두 달을 고민하다 바다를 택했어. 이제 어떤 생선을 할까가 남은 거야. 마침 알고 지내던 노인네가 있었어. 유명한 주방장 밑에서 조수 생활을 오래한 그 양반이 '버리는 아귀로 찜을 해보면 밥은 먹고 살 거다'면서 직접 해 보이는 거야. 그때부터 인천에 가서 매일 아구를 가져왔지."

부부는 아귀찜 연구를 2년 가까이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귀를 삶았을 때 살이 남아나지 않았다. 시행착오 끝에 삶고 나서 바로 찬물을 부으면 살이 꼬들꼬들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3000원짜리 아귀찜을 찾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나자 전화통에도 불이 났다.

"인천에서 아귀탕하던 사람들이 전부 전화를 해서는 찜 만드는 방법 좀 알려 달라는 거지. 그 사람들이 나중에는 안 되니까 아귀집 친목회 같은 걸 만들어서 나를 회장에 앉혀 놓았더라고. 그래도 나는 절대 안 가르쳐줬지."

세월이 흐른 지금 '마산아구찜' 간판을 단 여러집들과 도란도란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 그래도 전 씨는 한 가지를 강조했다.

"우리는 1년 내내 생물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야. 제주도에 창고가 있어서 그 앞바다에서 잡은 걸 바로 급랭하거든. 그렇지 않은 것과 맛 차이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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