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항에서 20분 정도 배를 타면 한산도에 닿습니다.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유적은 통영 곳곳에 있습니다만, 한산도는 또 특별합니다. 한산도는 한산대첩을 이룬 충무공이 삼도수군 본영을 둔 곳입니다. 이후 1597년 일본에 패한 조선수군이 적에게 물자를 넘기지 않고자 불을 질러 없애면서 원래 흔적은 사라지게 됩니다. 이후 몇 차례 보수를 거쳐 1976년 지금 모습을 갖춥니다.

한산도는 오롯이 충무공을 기리는 현장으로만 꾸민 느낌이 들 정도로 섬 전체가 정갈하게 정돈돼 있습니다. 배 대는 곳에 서는 마을버스를 보지 못했다면 한산도에 거주민이 있다는 것을 잊을 정도로 이곳은 충무공 흔적이 무겁게 지배합니다. 섬 둘레를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정숙, 엄숙을 강조하는 글귀를 볼 수 있습니다.

한산도 항구에서 제승당으로 향하는 길을 매우 깔끔하게 정돈돼 있습니다. /이승환 기자

배에서 내려 오른쪽 방향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제승당에 도착하게 됩니다. 제승당은 107대 통제사 조경이 세운 건물로 지금으로 치자면 해군작전사령관실 같은 곳입니다.

제승당 안에는 임진왜란 때 조선수군이 썼던 화포를 전시했습니다. 임진왜란 때 조선 육군은 왜적이 쓰는 조총에 밀리며 연전연패 했습니다만, 바다에서는 충무공을 중심으로 승승장구 하는데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왜적보다 우세한 위력을 보였던 화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겠습니다.

1976년 복원한 제승당입니다. /이승환 기자

제승당 안에 전시된 화포입니다. /이승환 기자

제승당을 등지고 왼쪽 편에는 수루(戍樓)가 있습니다. 1976년 고증을 바탕으로 신축한 건물인데 통영 앞바다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이 수루에서 보이는 미륵산, 고동산, 망산에서 적 동태를 살피고 봉화, 고동, 연등 등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에 나오는 수루가 바로 이곳입니다.

수루에서 바라본 통영 앞바다입니다. /이승환 기자

한산도에 도착해 제승당까지 둘러보는 시간은 얼추 통영항을 오가는 배 시간과 맞아떨어집니다. 말끔하게 정돈된 길과 유적을 거닐며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곳에서 고민했을 충무공을 떠올리는 것도 괜찮은 경험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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