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경멸적 혐오 표현 형사처벌에 한계
무책임한 발언 사회적 대책 논의 계기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150명이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 의원이 원고들에게 합계 1억 433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 912단독 이선희 부장판사)는 김 의원의 게시글이 유가족과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모욕적·경멸적 표현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해자 지위에 따라 위자료를 차등 인정했다. 구체적으로 특정 유가족 1인에게 300만 원, 사망자의 배우자 150만 원, 직계존속 120만 원, 약혼자 100만 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명했다.

김 의원은 참사 직후인 2022년 11~1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식 팔아 장사한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 팔이” 등 유가족과 고인을 겨냥한 글을 연속적으로 게시했다. 저속한 혐오 표현이자,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모욕적·경멸적인 인신공격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유족들의 고소로 시작된 형사 사건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모욕 혐의가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로 확정되었다. 선고유예란, 비교적 가벼운 형의 선고에 있어 개전의 정 등을 참작해 형의 선고 자체를 유예하는 제도다. 유예 기간에 다른 범죄가 없으면 형은 선고되지 않는다.

김 의원에게 ‘개전의 정’이 있었는지는 심히 의문이기는 하며, 일반적인 법감정에 비추어 그 책임이 지나치게 가벼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발언이 아무리 저급한 경멸의 혐오를 담고 있다 해도, 표현 행위로서의 성격이 있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표현행위’가 형사적인 처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위축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특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까지도 형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헌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2023년 11월 이러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비롯해 명예훼손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전반적인 형사 규정을 비범죄화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혐오를 조장하고 사회를 분열시키는 악성 발언들을 그대로 두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형사처벌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민사책임은 강력하고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매우 강하게 보장하는 미국에서도 악의적 허위사실이나 모욕적 표현에 대해 고액의 위자료를 인정하고, 여기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가산해 막대한 책임을 부과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샌디훅’ 총기난사 희생자 유족을 ‘가짜’, ‘연기자’라고 주장·유포한 가해자에게 약 9억 6500만 달러의 위자료, 4억 7300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이 추가로 인정되어 총 1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 상당의 책임을 인정했다가 일부 감액한 바 있다.

악의적이며 경멸적인 혐오 표현에 대한(특히 명예훼손 등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비범죄화와 더불어 민사배상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김 의원에 대한 판결은, 특히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유족이 체감할 위로와 사회적 경종이라는 기능 면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일을 계기이자 표본으로 삼아, 무책임하게 난무하는 혐오·경멸·선동의 발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적절히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태형 경남도민일보 고충처리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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