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식 팔아 장사” 인격권 침해 모욕적 인신공격 해당
원고 150명 위자료 인정…시민사회 의원직 사퇴 한목소리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모욕한 김미나(국민의힘·비례) 창원시의원에게 법원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12단독(이선희 부장판사)은 1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150명이 김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유가족은 2023년 3월 김 의원을 상대로 위자료 총 4억 5700만 원 청구 소송을 냈다.
김 의원은 2022년 12월 누리소통망(SNS)에 “꽃 같이 젊디 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우려먹기 장인들”,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제2의 세월호냐”, “나라 구하다 죽었냐”고 썼다. 이태원 참사 한 달 지났을 시점이다.
재판부는 “원고들 인격권을 침해하는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한다”며 김 의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가 인정한 위자료 규모는 김 의원이 SNS에 게시한 사진 속 유가족 300만 원, 참사 희생자의 배우자 150만 원, 직계존속 120만 원, 희생자의 약혼자 100만 원, 형제자매 70만 원, 인척 30만 원 등 모두 1억 4330만 원이다.
1심 재판부는 소송 제기 2년 6개월 만에 판결했다. 지난해 11월 변론이 시작돼 7월 선고 예정이었으나 변론이 재개됐다. 추가 변론 끝에 재판부는 유가족 손을 들어줬다.
유가족은 김 의원 막말을 ‘2차 가해’로 정의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판결 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 사퇴와 사죄를 요구했다.
조인영 변호사는 “김 의원이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 혐오를 부추기는 데 앞장섰다”며 “오프라인 2차 가해가 들불처럼 번졌고 유가족은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장범식 변호사는 “김 의원이 앞서 형사 사건 재판에서 범죄 사실을 인정했고 피해를 회복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약속은 형사 처벌 최소화가 목적이었다”며 “잘못을 밝히거나 피해 회복에 노력하겠다는 말은 안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의원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등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3개월 선고유예가 최종 확정됐다. 죄는 인정하되 선고를 미루는 판결이다. 장 변호사는 “잘못을 뉘우친다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로 선고유예가 났다”며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족 정미라 씨는 “김 의원이 하루하루 버티는 유족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며 “참사 직후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유족을 향한 말은 칼날로 돌아와 씻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2차 가해였고 공직자 책임을 망각하고 혐오를 부추겼다”며 “참사 피해자 모욕, 혐오, 2차 가해는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김 의원에게 사퇴를 촉구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이날 논평에서 “각계에서 의원 제명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 다수인 창원시의회는 고작 30일 출석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만 내렸고, 국민의힘 경남도당도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유명무실한 징계에 그쳤다”며 “김 의원은 이번 판결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의원직을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창원시의회가 김 의원을 추가로 징계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송광태 국립창원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윤리심사자문위원회 권고대로 윤리특별위원회가 제명을 의결했지만 본회의 표결 결과 부결돼 30일 출석정지 징계로 그쳤던 것”이라며 “다시 의회에서 징계 절차를 밟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풀이했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아직 판결 결과를 듣지 못했고 변호사 연락을 받으면 항소 여부 등을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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