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세 번째 4·19 기념일을 보낸 지난 주말 도내에선 그 숭고한 역사정의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시민정신이 조용하면서도 힘차게 표출됐다. 마산역 광장의 이은상 시비와 거제 포로수용소 내 유적공원에 세워진 김백일 장군 동상 철거 목소리가 그것이다.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건립한 김백일 장군 동상은 2년이 가깝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채 거제시와 시민 단체가 가세한 삼각분쟁이 평행선을 걷고 있는 와중에 거제역사바로세우기범시민대책위가 이날 또다시 철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연말에 설치된 이은상 시비는 학생의거일을 맞아 시민단체가 연합한 철거대책위원회가 물리력을 동원, 직접 철거를 시도했으나 경찰저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김백일 장군은 흥남철수작전시 반대하는 미군에 맞서 피란민 1만 명을 배에 태워 남으로 내려보내 그 일면에선 전쟁영웅으로 평가받아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독립군을 토벌하는 간도특설대 간부 군인으로 반민족행위를 한 전력이 있어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등재됨으로써 동상건립 적절성이 도마 위에 오른 인물이다. 이은상은 독재정권에 협력하고 철권통치자들을 미화한 반민주적 언행으로 일찍부터 지탄의 대상이 돼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이 모두 공으로 치면 동상이나 기념관으로 추억해도 좋을 만한 성가를 갖고 있지만 과로 따지면 그늘진 구석이 또렷하게 음각되기 때문에 거부감을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은상이 그 문명과 어울리지 않게 고향 마산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문학관을 갖지 못한 것이나 김백일이 강원도 속초에서 추진된 동상건립이 좌절된 것은 공과를 보는 시민정신의 정의감이 얼마나 준엄한가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것이다.
흥남철수작전기념사업회가 김백일 장군 동상을 건립한 것은 긍정적 단면에만 의존한 나머지 그같은 부정적 측면을 고려치 않은 데 원인이 있을 것이며 이은상 시비 역시 마산역이 반시민 정서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임은 숨길 수 없다. 그런 부작용이 생길 줄 몰랐다든지 좋은 목적으로 한 일이었다는 등의 변명은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비록 늦긴 하지만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올바른 관점에서 거제시와 마산역이 전향적 결단을 내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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