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성 결여된 '재탕정책' 다수…부산민심 의식 경남홀대 우려

주요 대선 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경남 지역 공약'이 모습을 드러냈다. 장밋빛이고 대형 국책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미 경남도 차원에서 추진 중이거나 지난 정부에서 약속한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두 후보가 경남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대목에서는 거의 차별성을 찾을 수 없었고, 신공항 입지 문제 등 인근 광역 자치단체와 마찰을 빚을 수 있는 공약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견해만 제시할 뿐이었다.

부산 시민의 표를 의식해 '신공항 입지를 가덕도로 결정하겠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는 행보와는 상반된다. '경남 홀대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문재인 후보가 지난 15일 직접 경남을 방문해 '경남을 신산업수도로 만들겠다'는 골자의 경남지역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박근혜 후보 경남선대위는 28일 '경남의 얼(문화)을 살린 청정 경남·역동 경남'을 주제로 한 세부 공약을 발표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남만의 특화된 산업발전 전략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두 후보 간 차이는 미미했다.

박근혜 후보는 경남의 미래산업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창원·함안·의령 = R&D 및 스피드 교통망 △김해·양산 = 디자인 허브 △통영·고성·거제 = 해양플랜트 △진주·사천·남해·하동 = 항공우주 △산청·함양·거창 = 항노화 한방 산업을 집중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후보는 경남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창원·거제·고성 = 기계·로봇·조선해양플랜트 △밀양·양산·김해 = 나노, 의료·생명 △산청·함양·거창 = 녹색 및 관광산업 △진주·사천 = 항공 우주 산업을 거점 산업으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물 건너간 국책사업을 다시 꺼내놓은 것도 선심성 공약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경남을 배제하고 부산을 '연구개발 특구'로 지정한 바 있다.

이를 반영한 듯 박근혜 후보는 창원시 일원에 경남연구개발특구를 지정하고 창원과학기술원을 설립함은 물론 거제에는 국제해양플랜트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재인 후보는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을 연계시켜 경남에 '산업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겠고 밝혔다.

이 외에도 김천∼진주∼거제 간 고속화 철도 조기 건설, 경남은행 독자생존 등의 공약은 동일했다.

박근혜 후보 공약 중 이색적인 것은 한국 민주주의 전당을 마산에 유치하겠다는 것과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을 잭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립 공약에 대해서는 "지역사회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경남을 위시해 대구·경북과 부산 지역 민심을 분열시켰던 '신공항 재추진' 문제를 두고는 두 후보 모두 원론적인 견해를 밝히는 데 그쳤다.

박근혜 후보 선대위는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에 대해 "광역 자치단체 간 협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전문기관 평가로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문재인 후보 역시 "공신력 있는 기관의 평가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27일 부산 지역 유세에서 가덕도 신공항 계획을 폐기한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고, 박근혜 후보 측 역시 최근 '부산 표'를 의식한 듯 "가덕도가 최고 입지라면 가덕도로 가야 한다. 부산 시민들이 굉장한 숙원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박근혜 후보 선대위는 28일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밀양을 포함한 경남지역에 유치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태도 변화를 보이긴 했으나, '부산 표'를 의식하는 행보는 계속될 듯하다.

또한 경남에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부산에 한발 더 다가가려는 양상은 두 후보 모두 동일한 모습이다.

김정기 교수(창원대 행정학과)는 "동남권 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하긴 한데, 국가의 백년대계인 사회기반 시설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약속하는 건 옳지 않아 보인다"며 "개발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지역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지방분권 처방을 공약에 담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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