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경남을 찾기 하루 전, 부산 지역 유세에서 한 발언이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가덕도가 최고의 입지라면 당연히 가덕도로 할 것"이라고 한 말 때문이다.
조건을 단 발언이니 하나마나한 원론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게 신공항 입지를 선정하겠다고 한 이전의 박 후보 태도에 비하면 '가덕도'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부산 유치에 힘을 실어주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정작 박 후보는 경남 유세에서는 신공항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특유의 말실수인지 진의를 드러낸 것인지 파악하기 힘든 박 후보의 태도는, 새누리당이 신공항의 부산·경남권 입지를 놓고 오락가락해 온 태도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대선 공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남권 신공항' 대신 호남과 충청권까지 아우르는 '남부권 신공항' 명칭을 쓰면서 부산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남부권 신공항은 밀양 입지를 바라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부산이 주창하는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대항마로 쓰기 시작한 용어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이나 박 후보가 한마디 할 때마다 경남과 부산의 신경전도 더욱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득표를 위해 신공항 공약은 쉽게 정했지만 구체적인 입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처지라면, 박 후보가 경남을 찾을 때마다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다짐하는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다. 박 후보가 항공산업의 육성을 약속할 때 경남 유권자들은 신공항의 경남 유치와 결부하여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게다가 항공우주산업 공약은 건실한 공기업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 대한 정부와 새누리당의 민영화 방침과도 충돌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신공항 건설을 일찌감치 약속했지만 부산 유세에서는 가덕도에 대한 의중을 드러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도 비슷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 정치인들이 눈앞의 득표만 위해 지킬 생각이 없거나 앞뒤가 어긋나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유권자의 단호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현 정권이 무책임하게 유치를 약속했지만 지역 간 생채기만 내고 공염불로 끝난 신공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유력 대선 주자들은 신공항 공약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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