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 인생 전반을 놓고 바라볼 때 더할 나위 없이 힘든 시기이기도 한 지금 고민의 무게는 생각보다 나를 더욱 힘들게 하고 아슬아슬한 기로에서 마음을 조급하게 하는 해바라기와 나팔꽃이 보이기 시작하는 무더운 초여름이다. 처음으로 정규직이라는 옷을 입고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가지고 회사에 발을 들여 놓은 지 벌써 4년이 흘렀다.

부산을 떠나 통영 가기 전날 협력업체에서 조선소 취부작업을 30년 하신 아버지가 "정규직은 연봉도 높고 복지 혜택도 좋으니까 열심히만 해라"고, 그래서 열심히 일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이 누리는 정도의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한 사람의 삐뚤어진 행복으로 나름 '성공한' 인생일지도 모르는 삶은 천천히 무너졌다. 정말 노동자가 살맛 나는 세상은 없는 것일까? 지금 우리는 왜 다 함께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얼마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앞 노숙 투쟁 중 서울의 유명한 외고에 다니는 학생을 만났다. 쌍용자동차 분향소가 경찰들에 의해 철거된다는 소식을 SNS로 듣고 수업 중에 박차고 나와 현장에서 경찰들과 몸싸움을 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그 사건 이후 수업을 마치면 항상 분향소에 합류해서 밤늦게까지 있다가 1시간 거리의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 학생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또한 무관심한 이 나라의 사회 풍조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들고 있는 거 같아요"라고 했다. 전교 10등 안에 들어가는 수재이고 육사를 지원할 거라는 이 학생은 정부의 정책이나 시대와 자본에 대해 한마디를 던지고 있었다.

이 학생도 알고 나도 알고 있고 대부분 국민도 아는 사실이지만 소위 높으신 분들은 잘 모르신 것 같아 답답할 노릇이다. 물론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객관적인 자료와 데이터로 들이미는 높으신 분들의 작업 행태를 보면 우리 요구가 무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향토기업이고 통영시 경제의 주축이 되는 기업이 몰락하는 장면은 뒷맛이 씁쓸하지 않은가?

한 달 급여, 세금을 제외한 127만 원. 그나마 두 달에 한번 나오는 상여금도 밀리는 실정에 일이 없다는 관계로 휴업, 휴직을 의논하자는데 두 살 난 아들과 둘째를 임신한 마누라와 살기에는 현실적으로 벅차지 않은가.

정말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인가. 현재 신아sb 직원 수는 협력업체 포함 1700여 명. 입사 당시 4000명에 이르렀던 직원 수가 생산물량 고갈로 작업중단 및 직원들의 고용 불안, 임금 지연으로 절반도 안 되는 수로 줄어든 상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과연 노동자들의 책임인가?

"빨대로 빨아 먹고 있었다. 노동조합이 아니었으면 껍데기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채권단의 말처럼 무능력한 경영진의 책임을 왜 노동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한단 말인가!

회사는 6척의 신규 선박 건조의향서를 체결했고 다른 신규 선박 수주를 위해 대표이사가 이번 주 영국으로 출장을 갔다고 한다. 그래서 채권단에서 채택한 회계법인 회사에서 신규 수주 RG발급을 위한 신아sb 실사단을 파견한다고 한다.

   
 

마지막 줄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놓고 싶지 않다. 이 줄을 놓치면 저 깊은 바다 속으로 빠져 몸과 마음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다. 솔직히 회사 정상화를 이루자는 목표가 벅찰 수도 있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쉽고 또 괴롭다.

지금은 다른 삶의 터전으로 떠났지만 함께 웃으며 일했던 동료와 부산에서 걱정하고 계실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마지막 줄이 탄탄한 동아줄이 되어서 예전의 신아sb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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