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나라 백성 모든 것 품을 깜냥돼야…흠 있는 사람 되면 국민 불행
작년에 사는 핑계가 많아 소홀했던 농사일에 좀 더 시간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고향에 집을 지은 덤으로 마을 이장일을 보게 되었다. 마을 어른들은 자신들이 모두 연로하니 젊고 대학까지 나온 나에게 맡겨 놓으면 그럭저럭 마을 일을 보는 짐을 덜겠거니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마을 어른들의 그런 기대는 허망했다.
고백하자면 주민이 겨우 일백 명 남짓이지만 마을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이장 역할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생짜가 이장 업무를 잘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이런저런 일로 실수만 연발하다 마을에 누만 끼치고 겨우 일 년 만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느낀 게 있다. 잘 알지 못하면 패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장 일을 본 일 년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군수에 야심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참내 숭어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김두관 지사가 이장 출신이다 보니 그런 말을 듣게 되었는데, 그런 비교는 김 지사께도 미안한 노릇이지만 언감생심 꿈이나 꿀 일이던가. 그래도 김 지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늘 하는 말처럼 뒤를 싹둑 잘라 말해서는 안 되는데 상황이 변화하는데 따라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짐짓 심각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 반편의 운명을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감히 이장 경력 일 년으로 정치를 운운하는 자체가 우스개다. 하지만,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나라를 이끌 인재라면 그만큼의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한 나라의 백성과 그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으며 백성 속에 있을 때는 표가 나지 않아도 백성의 미래를 위해서는 과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그런 그릇은 되어야 대통령에 나올 인물감이 아닌가 싶다. 전문성, 도덕성, 결단력, 비전, 이런 대목은 다 대통령 그릇 안에 포함되어 있는 덕목일 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대통령은 단순히 내치만 잘해서는 안 된다. 남북 분단과 그로 인한 갈등해소, 미국과 서구의 해상세력과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세력의 틈바구니에서 생존권을 확보해야 하는 모든 결정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 그야말로 대빵 큰 그릇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자리라면 평범한 사람은 주어도 머리를 쥐어짜며 도망칠 만큼 엄청 골치 아픈 자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인물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이 나라 백성은 진정 복이 많다고 봐야 하는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지금까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춤한 대통령이 없었다는 방증이지 싶다. 비교할 인물이 없으니 깜냥도 모르고 설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미안하지만 이장 일 년 경력자의 눈에는 이번 대선에 나오겠다는 인물들도 그 선을 넘어설 싹수가 있어 보이질 않는다.
적어도 이미 흠이 드러난 이들은 나오지 않는 것이 그 자신의 명예에 먹칠하지 않는 지혜로움이 아닐까 한다. 이 나라 백성들은 아직도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우러러본다. 다만, 그동안 그 자리에 올랐던 인물들이 국민을 실망시켰을 뿐이다. 스스로 오르려는 자리의 명예를 지키는 길은 스스로를 내면 깊숙이, 똥꼬 밑에까지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된다.
대통령의 자리는 그 자신의 불행이 곧 국민의 불행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쫓겨나고, 흉탄에 가고, 조폭처럼 일당을 몰고 다니며 호사를 부리지만 온 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당하고, 도둑질해서 동생한테 준 돈을 다시 찾겠다고 와병 중에도 뉴스를 장식하거나, 망령든 것처럼 이상한 말을 해대서 국민의 우스개로 전락하고, 준비됐다고 했지만 처자식 놀고먹을 준비만 했으며, 의미 있는 일을 찾겠다며 부산스러웠으나 운명으로 바위에서 삶을 버린 역대 대통령들의 약점은 임무를 마치고 조용히 백성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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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스스로 만든 권력에서 내려오지 못함에서 비롯된다.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대통령을 가진 국민은 과거로부터 희망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가 두렵고 그래서 더 불행하다.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와 가만히 자서전이나 읊조리는 그런 대통령감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오 년 뒤에도 불행할 것 같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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