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친노' 진영 전체 궤멸할 수 있어…'내가 죽어야 내가 사는' 둘이 하나 되어야

지난 일요일(17일)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문 고문의 출정식은 우연하게도 필자가 사는 동네인 옛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들어선 독립공원에서 열렸다. 문 고문은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이곳 서대문형무소에서 4개월간 옥고를 치른 인연도 있어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당일 현장취재 기자들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 '친노' 세력이 총출동했으며, 지지자, 인근 주민들까지 대략 1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독립문을 배경으로 마련한 단상 주위로 사람들이 빼곡히 모인 사진을 보니 충분히 그랬을 법하다.

문 고문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들어가 비서실장을 끝으로 참여정부와 운명을 같이한 인물이다. 사사롭게는 '노무현의 친구'로 불릴 정도로 노무현 대통령과도 각별한 인연을 쌓은 사람이다. 그래서 '문재인'이란 이름 석 자는 참여정부가 낳은 상징적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그가 대선에 출마한 것도 참여정부 시절에 맺은 인연과 지지기반, 그리고 국정경험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언하자면 그는 참여정부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지고 가야 할 인물이기도 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는 문 고문과 '비슷한' 사람이 한 사람 더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김 지사는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출마가 유력하다는 게 중론이다. 주변에서는 지사직을 포기하고 대선에 출마하는 게 선거에 너무도 리스크가 크다며 이를 말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그러나 김 지사 본인이나 측근들은 그런 얘기를 별로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다는 것 또한 중평이다. 또 김 지사 입장에서 보면 배수진을 치는 게 전략상 필요할 수도 있어 이를 무조건 탓할 일만도 아니다.

문 고문이 '노무현의 친구'라면 김 지사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린 사람이다. 그러나 김 지사가 참여정부 시절 행자부 장관을 잠시 지낸 것 말고는 두 사람은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어 보인다. 또 여러 면에서 두 사람은 닮은꼴을 찾기가 쉽지 않다. 문 고문이 사법고시를 거쳐 법조인으로서 '젠틀'한 면모를 다져왔다면 김 지사는 동네 이장을 거쳐 시골군수를 지내면서 '촌사람' 풍모를 익혀온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차이점'은 단점이기보다는 '보완재'로서는 아주 훌륭해 보인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올 연말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쟁에서 만날지도 모르겠다. 노무현을 기준으로 보면 두 사람은 '같은 집안사람'이면서도 살아온 이력으로 보면 '엄연한 남'이다. 서로 상대방 등을 밀어주기로 하자면 한없이 좋을 사이이나 경쟁을 할라치면 더없이 껄끄러운 사이가 될 수도 있다. 부산과 경남이라는 지역기반도 엇비슷하고 캠프 인맥이나 지지자들의 성향 또한 거기가 거기다. 말하자면 한 꾸러미에 계란 둘을 같이 담는 셈이다. 이러다간 꾸러미에 담은 계란을 다 깰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걱정하고 있다.

물론 당장 김 지사가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도 아니고 또 설사 김 지사가 출마선언을 했다손 쳐도 당내 경선절차도 남아 있어 조정과정은 절차적으로 보장돼 있다. 문제는 '과잉대응'이다. 명색이 경선, 즉 경쟁인데 상대방 찬사만 늘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어뜯기까지는 아니어도 결국 상대방의 단점 들추기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지경인데 이러다간 둘 다 죽는 수가 있다. 자칫 '친노' 진영 전체가 궤멸할 수도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친노' 진영에서 대선후보 둘을 배출한 것은 축복이자 동시에 비극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 양측은 겉으로는 선의의 경쟁자라고 표방하면서도 속마음은 걸리적거리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문 고문 측은 김 지사가 출마를 포기해 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 수도 있고, 반대로 김 지사 측은 '우리도 경쟁력이 있다'며 오히려 문 고문더러 길을 비키라거나 혹은 길을 막지 말라고 주장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돼서는 패착이다.

   
 

결국, 정답은 이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둘'이 '하나'가 되는 길이다. 문 고문은 김 지사를 위해 뛰고 반대로 김 지사는 문 고문을 향해 뛰는 방법이 그것이다. 한껏 판을 키우고 흥을 돋우면서도 서로에게 흠을 내기는커녕 상대방의 치어리더로 뛰어주는 것 말이다. 이럴 경우 양측의 지지자들도 다 살릴 수 있다.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논리겠지만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것을 두 사람은 명심해야 한다. 기회는 이번뿐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 두 사람은 60 전(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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