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운동 동지 맞대결 곤혹…"소환해 따져 물어야" 강경 반응도
18일 강기갑 전 의원이 통합진보당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후보등록을 마쳤다. 앞서 지난 15일 강병기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도 출마선언을 한 터라 진보정당 대표 선출 선거 사상 처음으로 농민운동가 간, 그것도 서부 경남을 함께 지역 기반으로 해온 두 사람이 맞서게 됐다.
이를 두고 두 후보의 공통된 기반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강 전 의원과 강 전 정무부지사 둘 다 전직 전농 임원 출신인데다 가장 가까이에서 농민운동의 궤를 함께 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농 회원들은 "동지를 넘어 형제지간이나 다름없이 지낸 두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맞설 수 있나. 당장 두 사람을 소환해서 따져 물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기갑 전 의원이 1987∼1991년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회장을 맡을 당시 강병기 전 부지사는 1987년 총무를 맡아 2년간 함께 일했다. 1999년 강 전 의원이 전농 부의장을 할 때 강 전 부지사는 전농 부경연맹의 전신인 경남도연맹 사무처장을 했고, 강 전 의원이 2000∼2003년 전농 경남도연맹 의장과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을 맡았을 때 강 전 부지사는 2001년 전농 사무총장·2002년 전농 정책위원장·2003년 전농 정치부위원장을 맡아 함께 일했을 만큼 두 사람의 인연은 깊다. 더욱이 두 사람은 2003년 전농이 규약을 개정해 통합진보당 전신인 민주노동당 집단 가입을 결정했을 때도 함께 가장 앞장섰었다.
김순재 전 전농 부경연맹 사무처장(현 창원동읍농협 조합장)은 "도내 농민회 회원들은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 상태다"면서 "명색이 농민회 임원 출신이 우리나라 국회의 제3당 대표로 출마하면 환영하고 반기며 힘을 보태줘야 할 텐데, 이렇게 진영을 달리해 나오니 회원들이 어쩔 줄을 모르고 갑갑해하고 있다"며 전농 내 분위기를 전했다.
도내 농민운동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맞서는 형국을 두고 이재석 전농 부경연맹 의장도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의장은 "지금은 노동자·농민·서민이 어려운 상황이고, 진보진영이 위기에 처해 뭉쳐서 돌파구를 찾아 헤쳐나가야 할 시기다"면서 "이런 시기에 두 사람이 각종 보도매체에 맞서는 것으로 나오는 게 좋을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의장은 "두 분 다 욕심이 앞선 것 같다. 농민과 노동자를 위해 일하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회원 내부 분위기와 달리 전농 부경연맹은 18일 강기갑 전 의원이 당 대표로 등록함에 따라 "이미 대중조직이 손 쓸 단계는 지났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부경연맹 조병옥 사무처장은 "두 후보와 만나 설득도 해봤지만 조율을 못 했다"고 밝혔다. 조 처장은 "울분에 찬 여러 회원이 부경연맹 사무처를 통해 두 후보의 소환 등을 얘기하지만 두 분 다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상황에서 누구에게 사퇴하라고 할 수 있겠나. 사퇴 촉구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조 처장은 "다만, 경남지역 회원 정서가 이 사안에 워낙 비판적이어서 막판까지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 온 힘을 다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의 최대 지지 기반인 전농 부경연맹 회원 수는 약 5000명으로, 이중 강기갑 후보 출신지인 사천농민회는 300여 명, 강병기 후보 출신지인 진주농민회는 7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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