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환경단체 주도 출항, 해양신도시 예정지 돌며 매립 반대 퍼포먼스 펼쳐

"마산만아! 사랑한다!"

마산해양신도시 건설 사업으로 매립 위기에 처한 마산만 한가운데서 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4일 오전 이른바 '마산만을 지키는 레인보 워리어호'가 떴다.

'레인보 워리어(Rainbow worrior)호'는 원래 다국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가 운항하는 환경 감시선. 1985년 핵실험 반대 운동을 위해 띄운 '레인보우 워리어호'가 프랑스 정부기관에 의해 폭발한 아픈 기억이 있다. 지금은 그 이름을 물려받은 배가 두 차례 바통을 이어받아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바다를 찾아 "원전 연장 가동은 도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배의 이름을 따 '생명의 바다! 마산만을 지키는' 또 다른 '레인보 워리어호'가 만들어졌다. 시민·환경단체로 꾸려진 창원물생명시민연대 주최로 이날 첫 항해가 이뤄졌다. 작은 어시장 유람선을 빌려 환경운동가와 시민, 취재진 등 70여 명이 올랐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오전 마산해양신도시 매립 예정지와 성동산업 앞 매립 예정지 등 마산항 일대를 배를 타고 둘러보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마산수협 공판장 앞에서 출발한 배는 '앞으로 없어질 바다'를 찾아 떠났다. 성동산업(주) 마산조선소 앞(5만 3958㎡)과 마산해양신도시 예정지(63만여 ㎡·창원시청 앞 광장 20배 크기) 등이다. 매립의 역사로 점철되는 마산만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1시간 30분여 동안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바닷물은 검붉은 색으로 탁했다. 출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한 악취도 풍겼다. 지난해 말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봉암갯벌 인근에 다다랐다. '죽음의 갯벌'에서 민관산학 협력으로 서서히 되살아나 최근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이 발견되는 곳이다. 마산만 물줄기 시작점으로 창원과 마산지역의 거의 모든 오염 물질을 거르기에 보존 운동이 펼쳐졌다.

설명에 나선 이보경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교육부장은 "100년 전과 비교해 마산만은 40% 정도가 매립됐다. 서항 쪽을 포함하면 200만 평 규모"라며 "옛 마산시뿐 아니라 4·5부두가 있는 창원 쪽 해안도 만만치 않게 매립해왔다. 늘 마산만을 마산시와 관계된 바다라고 생각해 통합 관리도 안 됐다. 매립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후 매립된 땅을 활용해 공장 등을 짓고 환경법에는 저촉이 안 되면서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오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80년대 해수욕장과 유원지가 있었던 가포신항 부지도 둘러봤다. 높이 2m가 훌쩍 넘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서 굴착기 등 공사 차량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참석자들은 해안선을 따라 도로도 나면서 이 일대가 험악한 모습으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양신도시 사업 범위는 마산만아이파크, 한일비치맨션, 돝섬 근처 등에 노란색 부표로 표시돼 있었다. 김숙진(45·창원시 마산합포구 자산동) 씨는 "그림으로 봤을 때와 달리 생각했던 것보다 매립 면적이 넓다. 수질도 상상 이상이다. 통영 출신인데, 이런 바다 색깔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참석한 이들은 레인보에 해당하는 7가지 색깔 띠를 들고 해상 퍼포먼스를 벌였다. 또, 앞으로 이어질 출항에도 함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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