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반대 도민·핵심 없는 조직 '걱정'…현실적 정책 내놔야
곧 경남도정 임기 2년을 맞는 김두관 지사. 코앞에 닥친 그의 고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23일 창원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 경남 추모문화제에서 김 지사는 "경남지역 시민단체에서 양해를 해주셔야 결심을 할 수 있다. 도민들의 염려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선에 출마해 민주 진보진영이 승리하게 하는 것이 역사와 국민에 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솔직함도 드러냈다. 도민과 약속을 저버릴 것인가, 더 큰 대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인가. 이미 99% 결심을 굳혔다고 보는 측면이 강하지만, 그는 결단을 내린다면 도지사직 사퇴에 대해 어떤 명분과 당위성을 표명해야 할지 숙고하는 듯하다.
김 지사는 출마 반대를 하는 민주도정협의회와 경남시민단체연대회의 등을 계속 접촉하며 설득하고 있다. 여권에 야권 도지사 자리를 고스란히 내주는 형국을 만들지 않기 위한 대안도 찾아야 한다. 야권 단체가 원하는 것들이 여권 도정에선 적극적으로 접목되지 않으리란 걱정과 호남 민심에만 집중하는 듯한 김 지사 태도에 대한 불만도 잠재워야 한다. 하지만, 도민 70%가 대선 출마를 반대해도, 이는 도민들이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김 지사가 '인물'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해주기에 김 지사로선 나쁘지 않은 반대모션이다.
문재인 상임고문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도 걱정이다. 대선 유력 주자 중 김 지사 지지율은 최고 4.2% 정도다. 문재인 고문 지지율 11~13%보다 세 배가량 낮다. 대선은커녕 민주통합당 내 경선 승리도 장담하기 어렵다. 현재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김 지사와 문 고문 입지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김 지사 캠프에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주변에 빙빙 도는 조직만 있고 핵심은 없는 '도넛 조직'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몇몇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은 있으나 김 지사가 신뢰하고 중심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김 지사 주변 사람들이 민주당 대표로 김한길 후보를 미는 것은 아마 이런 까닭도 있을 법하다. 김한길 후보는 2001년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을 때 노무현 사람들로부터 "김한길의 브리핑은 예술"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복잡한 상황도 간결하게 정리해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하고, 변변치 않은 아이디어도 그의 손을 거치면 근사한 상품으로 변모한다는 것이다. 또 당시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유일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김 지사가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성숙으로 수준이 높아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점이다. 대선 유력 주자 중 현재까지 단 한 사람도 국민 심금을 울릴 만한 리더십과 정책을 보여준 사람은 없다. 김 지사 역시 국민에게 감동을 줄 정책을 내놓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특히 야권 대선후보가 거칠 검증에선 국민뿐 아니라 여권 보수층도 인정할 만한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김 지사는 룰라(브라질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롤 모델로 삼는다지만 크게 와닿지 않는다. '서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서민 정치'를 할 것이라고 하나 구체화된 서민 정치 내용은 없다. 국민이 현재 고통을 느끼며 개선을 원하는 경제어젠다를 찾아 현실적인 대안을 내놔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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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지사는 룰라 해석에서 핵심은 '지지 세력도 배신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적도 만들지 않는 것'과 '기본과 중심을 바탕으로 단계와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산적한 고민 해결뿐 아니라 지지·반대 세력을 얼마나 지혜롭게 이끌고 갈지가 김 지사 대선가도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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