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청사 시민토론회…상식 수준 제안 아쉽지만, 시민주도 물꼬 터
마산·창원YMCA가 주최한 ‘통합 창원시 미래를 생각한다’ 주제의 토론회는 애물단지가 된 통합시청사 문제에 대한 시민 차원의 접근법이 탐구됐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그동안 신물 나게 겪어온 바지만 시의회는 의원들이 출신지역별로 나뉘어 대립하는 바람에 오히려 분쟁만 과열시켰고 시 당국은 지역별 원로 시민 간담회를 열어 여론을 탐색하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극한적 지역이기주의만 확인했을 뿐이다.
시민단체는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문화적으로는 동일권을 지향하는 만큼 의회나 원로시민, 그리고 각종 이익단체와는 다르게 비교적 공정한 방법론이 추구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또 수임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관제가 아닌, 주민 자율적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시민이 직접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첫 시민토론회여서 그랬을까, 나온 제안들이 상식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비로소 시민 스스로 참여의식을 깨쳤다는 자각심을 확인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제기된 내용을 요약하면 대체로 네 가지로 압축된다. 구청 기능을 강화하고 공동청사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그 첫째다. 구청을 확대 개편함으로써 본청의 역할과 몸통을 줄이자는 발상은 청사에 대한 지역민들의 지나친 집착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중시된 결과일 것이다. 구청직제를 확대하고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숫자가 늘어 대민업무가 원활해지면 시청사가 어디에 있건 상관치 않게 될 것이라는 개념이 이 주장의 배경을 이루는 셈인데 과연 그럴지는 의문이다.
우선 구청을 강화시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현재의 행정구는 법제상 더 그럴 것이며 앞으로 광역시가 되고 자치구가 된다 해도 보편적 구청직제와 유별난 차이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제안자의 의중이 빛을 보려면 그야말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거의 민원업무 대부분을 기초단체로 이관시킨 후 중앙부처와 광역단체의 기능을 대폭 축소했을 때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동청사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해될 수 있을 터이나 가령 여수시가 분산된 청사를 운영한다고 해서 그것을 모방해도 좋다는 법은 없다. 꼭 필요하면 원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발전이나 주민 이익을 위해 그게 최선의 처방임이 증명되려면 시간이 지나봐야 한다. 그럼에도, 지역이기주의가 극복되지 않고 시민 간 갈등이 풀어지지 않으면 이에 따른 발전적 방안으로 검토할 가치는 있을 것이다.
통합에 대한 주민의사를 지금이라도 물어봐야 하고 시민 여론을 수렴한 후 정치적 결단의 필요성이 있다는 제안은 청사와는 무관한 원론의 재음미에 불과하다. 3개 시 통합에 대해 아직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시민자율이라는 통합의 대원칙이 충족되지 않은, 말하자면 미완의 강제통합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게 한다. 진해되찾기시민연대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진해 분리’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통합이 완성되려면 청사에 대한 시민합의가 선결인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그 숙제를 풀 것인지가 관건이다.
![]() |
||
법적 구속력을 가진 의회는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이 증명됐을 뿐만 아니라 대시민 신뢰마저 잃었다. 원로들은 이웃 눈치를 보느라 지역이익을 대변하는 선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이런 차제에 시민 스스로에 의한 활로 모색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토론 논제와 같이 통합을 유지하든 다시 분리하든, 유지할 경우 청사 해법을 어떻게 도출하건 당장 해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우선 첫 계기로 삼아 통합 및 청사와 관련한 시민 대장정에 물꼬를 텄다는 그 점이 중요하다.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