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거북선과 관련, 입찰 직후인 지난해 3월 당시 건조 현장을 조사한 공무원이 출장복명서를 통해 수입 목재가 아니면 원형복원이 어렵다는 사정을 토로한 문건이 발견됨으로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가 제기한 공무원 책임 문제를 다시 한 번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이 공무를 위한 출장을 하면 여비가 따르게 되고, 그 돈은 주민세금으로 조성된 공공재산임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출장공무원은 반드시 목적에 부합한 보고서를 만들어 상부에 제출해야 한다.
존재가 확인됐다는 담당 공무원의 출장복명서는 처음부터 거북선과 판옥선 복원 작업이 금강송은 차치하고 국내산 일반 소나무로 건조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사실임을 고백하는 명백한 증거다. 이는 건조 시방서를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상위 직급의 책임 있는 공무원들이 그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출장복명서는 있되 그와 관련한 후속조치가 발견되지 않아 경남도의 인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증거로 보기에 어렵다는 도 관계자의 해석은 사리에 맞지 않다. 계급사회인 공무원 조직에서 위에서 내려오는 명령이나 지시는 실무자들에 의해 수행되지만 거꾸로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실정보고나 건의가 반드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상위자나 차상위자의 성향과 인식도, 그리고 책임감에 따라 묵살 내지 경시되는 예가 없지 않다. 따라서 당시 사용목재 실태를 담은 출장복명서가 정식문건으로 결재 과정에 올려졌으나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이 어떠했는지 미지수일 뿐이다. 만일 묵살됐거나 구두로 뭔가 지시가 있었다면 당연히 흔적은 증별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시 경남도 관계공무원들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을 입증해 주는 자료가 될 수는 없다.
경남도는 짝퉁 거북선이 들통난 이후 책임감리제를 빌미로 책임 문제를 피해왔다. 책임감리제란 발주청의 공사감독업무 전 분야를 민간이 대행하는 제도다. 말 그대로라면 책임 영역에서 일단의 자유로움을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 감리책임자가 발주청으로부터 온전히 권한을 보장받는다고 확신할 만한 근거 또한 없다. 이번에 확인된 출장복명서의 내용은 경남도가 감리 업무의 직접적 당사자였음을 시사하고 있음이 아닌가. 경찰수사와는 별도로 경남도의 자체감사도 병행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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