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민주주의 좀먹는 잡초 무성...'알찬 결실' 밭주인이 잡초뽑아야

두 농부가 있었다. 얼치기 농군인 한 사람은 십수 년이 되도록 손바닥만한 밭을 일구면서 최대 장애물이 잡초였다. <잡초는 없다>라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처럼 생명의 고귀함을 알기에 제초제를 쓰지 않으면서 공생을 시도해 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나다니는 촌로들의 표현대로 빌어먹기 알맞을 뿐 도대체 소출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하여 얼치기 농부가 터득한 것은 농사를 제대로 지으려면 잡초부터 뽑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는 유독 비가 잦았다. 그래서 잡초가 예년보다 더욱 성했다. 뽑고 뽑아도 돌아서면 시퍼렇게 돋아났다. 그래도 잡초 뽑기를 멈추지 않았다. 하늘이 반 농사를 짓는다더니 올해는 하늘이 망치려나 보다 하고 마음을 느직이 먹어 보지만 잡초 속에 갇혀 있는 깨, 열무 등을 보니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영 언짢았던 것이다.

또 한 농부는 엄청나게 큰 규모로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그 농부는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충실한 신도여서 그런지 한 손으로는 '공정사회' '공생사회'를 외치며 금방이라도 잡초들을 제거할 것처럼 떠들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몰래 잡초들에게 거름을 주고 북돋아주듯 뜨르르한 자리를 주는 것이었다. 이러니 작물이 제대로 못 자라고 결실이 부실할 것은 정해진 이치였다. <잡초는 없다>라는 책을 읽어서 그런가 했더니 강을 파헤치는 등 뭇 생명을 죽이는 데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잡초는 그 생명력이 무척 강하다. 뽑고 뽑아도 슬그머니 또 돋아난다. 눈치 없이 반기지 않는 곳에 뿌리를 내리고 남의 살림을 형편없게 만들고 금세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든다. 이 잡초와 성격이 똑같은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에 무수히 뿌리를 내리고 민주주의라는 결실을 좀 먹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작 자라야 할 작물은 찾아볼 수 없고 잡초만 무성한 밭과 같아졌다.

대통령이 '공정사회' '공생사회'를 국정현안으로 삼았지만 우리 사회에 무성한 잡초들은 오히려 자기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씨알이 먹히질 않는 것은 잡초들이 그 말씀을 공염불인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국민에게 바른 본을 보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스스로 바르지 못한 잡초들에게 장관시키고 굵직굵직한 벼슬을 맡기는 현실에서 그걸 믿는 백성도 없는 듯하다. 나라가 이 꼴로 가다가는 끝내 잡초만 무성한 묵정밭이 되고 말 것은 필연이다.

우리 경남도만 하더라도 자고 나면 잡초들이 씨앗을 퍼뜨리듯 사회적 악이랄 수 있는 잡초들이 떼를 이루어 벌이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그들은 거가대교 건에서 보듯 과대한 치장을 한 뒤로 나라 곳간을 들어먹고자 비용을 부풀리고 일은 부실투성이로 했다. 이순신 프로젝트의 한 부분인 거북선, 판옥선 복원사업만 해도 그렇다. 얼핏 보면 도의 발표대로 단순한 사기사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사건은 수많은 사회적 잡초들이 손을 잡고 애초의 사업 목적인 관광경남과 이순신장군 선양사업이라는 결실을 봐야 할 밭을 망쳐 놓은 것과 같다.

문제는 사회가 이 모양인데도 결실을 거두고자 뼈 빠지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서 세금을 낸 밭주인들은 무기력하기만 하다는 데 있다. 선거를 통해서건 법을 통해서건 그때그때 잡초를 뽑아내서 제대로 된 결실을 보아야 하는 것은 밭주인의 몫이다. 그들이 잡초를 구분하지 못하고 게으름을 피우면 밭은 금세 묵정밭이 되어버린다. 나중에 밭을 일구려면 몇 배의 비용과 노력이 든다. 우리가 사는 사회라는 밭은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거름을 많이 주고 잔돌 하나라도 주워내서 그야말로 언제나 풍성한 결실을 약속받는 문전옥답이 되어야 한다. 농부가 '오늘 대충하고 내일 하면 되지' 생각을 하면 결코 좋은 결실을 볼 수 없듯이 사회악이라는 잡초는 그 즉시 뽑아내야 한다.

   
 

잡초를 뽑아야 할 임무가 있는 밭주인, 즉 도민들 중 일부는 사회라는 밭을 갈아엎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해도 해도 안되니까 하는 말이겠지만 그래서는 그동안의 노력마저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모든 국민이 부지런한 농부가 되어 잡초가 애초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뽑고 또 뽑아내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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