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요즘 뭐합니까] 이천기 도의원

이천기(40·민주노동당·김해6·사진) 의원은 경남도의회에서 최연소 도의원이다. 그만큼 패기와 의욕이 넘치는 의정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5일 경남도의회에서는 본회의가 열렸고, 이날 이천기 의원은 '연구 용역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제로 5분 발언을 했다. 5분 발언이 끝난 후 이천기 의원과 만났다.

이천기 의원은 "거가대교부터 짝퉁 거북선 문제까지 지난 1년간 주요 도정 이슈를 살펴봤더니 모두 용역 제도가 부실했던 데 근원적인 문제가 있었다. 행정의 의지대로 짜맞추기 용역을 하고 결국에는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식이었다. 한해 700억 원 이상씩 부담해야 하는 김해 경전철도 마찬가지 아닌가. 당시 용역을 맡았던 연구자와 (과업 지시를 내린) 단체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날 5분 발언의 의의를 설명했다.

15일 경남도의회 의원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이천기 의원. /경남도의회

이 의원은 "마음 같아서는 문제가 된 용역 연구자들과 단체장들로부터 사업 피해액을 환수했으면 좋겠지만, 엉터리 예측을 한 연구 용역자들의 자격을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천기 의원은 지난 1년간 김해지역 전통시장 상인들과 함께 SSM(기업형 슈퍼마켓) 저지 활동에 매진해왔고, 김해 외동 신세계 이마트 입점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어서 최근에는 도정의 전체 그림을 그려보고 수정하는 작업에까지 이르고 있다. "문제 제기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까지 고민해야 하겠더라고요. 이전에는 문제 제기만 하면 알아서 행정에서 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도의원으로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천기 의원의 사회 비판적 시각은 그의 이력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인제대학교 90학번으로 1997년 부총학생회장을 역임했다. 1996년 연세대 사건 후 그가 소속됐던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정부로부터 이적단체로 지목되면서 7개월여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그리고 김해에서 청년회를 창립해 청년운동에 나섰으며, 민주노동당 창당과 함께 본격적인 당직자 활동에 나섰다. 30대 후반이었던 2008년에 김해 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던 건 모험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들 준비가 부족했지만 당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총선에 출마했습니다."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예비후보로 등록했을 때 지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송은복 전 시장과 최철국 전 국회의원 등 기라성 같은 정치인들과 맞붙었던 이천기 의원은 결국 당시 당 지지율 5%를 넘어서는 성과를 올렸다. "바닥에 있던 지지율이 TV 토론회 이후 10% 포인트 이상 올라갔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의 한계를 지적한 효과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거전 막판 (여야 대결 구도에서) 사표 심리 등으로 10% 지지율이 무너졌던 것 같습니다."

이후 이천기 의원은 김해에서 택시 운전을 했다. 여러 택시 회사에서 이 의원의 입사를 꺼렸던 터라 어려움이 없었던바 아니지만 결국 '24시간 운전·24시간 휴식' 생활을 9개월 동안 이어나갔다. 택시 노동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됐고, 지난 지방선거 때 택시 기사들의 여러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천기 의원이 바라보는 김해시는 인구 50만 도시에 걸맞은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기형적인 모습이다. 변변한 종합병원이 없다. 법원도 없다.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청은 양산에 있다. 김해 시민들은 창원과 양산을 오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김해에서 활동한 기성 정치인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가 사무와 관련된 일은 국회의원들이 했어야 될 일이죠. 외국인 노동자가 많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도 없습니다. 인구 50만 규모에 걸맞은 자족형 도시가 되어야 하는데,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 있습니다." 이천기 의원은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본격 여론화 작업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최연소 도의원.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을 것이다. 이후 장기적인 계획에 대해 물었다. "(정치에 뛰어든 건)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 포부였지 제 개인이 잘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필요한 길이면 망설임 없이 가겠습니다. 개인 잣대로 잔머리 굴리면서 정치는 안 하겠습니다. 저를 뽑아주신 사람들의 믿음에 답하는 일부터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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