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이승만 독재 정권에 의해 죽임당한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마산 중앙부두에 떠오른 지 51주년 되는 날이었습니다. 1960년 3월 15일 봉기하였던 마산 시민들의 의거가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되고, 언론들은 3·15의거를 공산오열(간첩)의 사주를 받은 폭도들에 의한 난동으로 몰아갔습니다. 마산은 그야말로 공포의 도시였습니다. 언제, 누가 소리 소문 없이 끌려갈지 모르는 두려움에 숨죽여야 했습니다.

그 공포의 무거운 공기를 헤치고 다니며 마산 시내를 발칵 뒤집어 놓은 분이 있었으니, 김주열 열사의 어머니인 '권찬주' 여사였습니다. 고향이 남원인 김주열 열사가 마산상고(현 용마고)로 유학 와서 3·15의거 와중에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입니다.

3·15 국가주도 기념식 민주시민 검문검색

어머니가 몇 날 며칠을 김주열 열사를 찾아다니다 보니 마산시민치고 김주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4월 11일 마산 중앙부두에 김주열의 시신이 떠올랐을 때, 처음 발견한 어부는 의심할 것 없이 그 주검이 김주열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른쪽 눈에 최루탄 불발탄이 박히고, 바다 이끼가 끼어 훼손된 시신은 처참했습니다(이 사진이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되었고, 혁명의 아주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주열이다, 주열이가 떠올랐다!" 소문은 삽시간에 마산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사람들이 삽시간에 구름처럼 모여들었습니다. 마산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습니다.

그때까지 3·15의거를 폭도들의 난동이라 몰아붙이며, 공포의 도시로 만들었던 분위기는 완전 반전되었습니다. 4월 11일 2차 봉기, 이때부터 4월 19일까지 혁명의 부르짖음이 울렸고, 그 가운데에는 김주열 열사가 있었습니다. 김주열이 아니었다면 오랫동안 마산 3·15의거는 폭동으로 역사에 기록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김주열이 없는 3·15는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 마산에서 김주열은 일부 사람들로부터 왜곡, 폄하되고 있습니다.

3·15의거가 국가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축하할 일입니다. 국가가 나서서 기념하니까 국민에게 그 중요성이 더 알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축하만 해야 할 일일까요? 자칫 국가 주도의 기념은 그 본래 정신을 박제화시키고, 사람들의 가슴에서 멀어지게 만들기 쉽습니다. 기념을 위한 기념, 기념식을 위한 기념식, 몇몇 유력 인사들과 초청받은 사회 지도층을 위한 기념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요식 행위가 김주열 열사의 뜻을 흐리는 시작이 됩니다.

시신 인양 51주년,아직도 열사뜻 폄하 씁쓸

잊혀가고 왜곡되는 김주열 열사에 대한 아주 귀한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김주열 열사를 마산으로 유학 오도록 독려한, 열사의 고향 선배 '하용웅' 선생께서 <아! 김주열 나는 그를 역사의 바다로 밀어 넣었다>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꼼꼼한 옛 기록과 슬프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을 솔솔 털어 귀한 자료로 만들어 냈습니다. 열사를 마산으로 오도록 이끌고 본인 때문에 죽음을 맞이했다는 자책감으로 50여 년을 숨겨왔던 이야기들을 풀어놓으셨습니다. '김주열 열사 추모 사업회' 대표로서 그 용기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이날 저녁 열사의 시신이 떠오른, 4월 혁명의 발원지 그 역사의 바다에 책을 봉정하며 생각했습니다. 1960년 3월의 그때 경찰들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시민들에게 폭력으로 진실을 가로막고, 최루탄으로 열사를 무참히 죽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51년이 지나, 지난 3월 3·15 기념식장에서 경찰들이 시민들을 꼼꼼하게 검문검색 하였습니다(경찰들이야 자신들의 업무니까 그렇게 했겠지만). 참 씁쓸하였습니다. 근대사의 첫 민주의거 기념식에 들어가는 시민들이 받아야 할 대접인가 되짚어 봅니다.

/백남해(진해종합사회복지관장·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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