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두 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

작년 여름 마산 창원 진해가 창원시로 통합된 지 벌써 아홉 달이 다 되어간다. 통합 후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던 일부 시민들은, 중앙정부의 지원은 오리무중이고 공공요금은 통합 전보다 오르는 것을 보면서, 이럴 바엔 뭐 하러 통합했느냐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 중 성급한 사람들은 다시 분리하자는 운동까지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시는 하나가 되었지만, 시민은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합된 창원시민을 묶어줄 구심이 형성되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커다란 논란에 휩싸여 버린 이원수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과 선생의 '고향의 봄'을 창원시의 중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시장의 의지도 갓 출범한 창원과 110만 창원시민을 하나로 모을 사업으로 계획되어 추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창원시의 '고향의 봄' 브랜드 사업은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복잡하게 말할 것 없이, 브랜드가 갖는 속성 때문이다.

브랜드는 기업경영활동의 한 축인 마케팅에서 나온 것으로 상품을 치열한 경쟁시장에 효율적으로 팔고자 상표명을 소비자의 머릿속에 심기 위한 수단으로 탄생한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 잡지, 인터넷까지 천문학적 돈을 들여 쏟아내는 광고는 기업과 그 기업이 만든 상품의 브랜드를 소비자의 머릿속에 침투시켜 상품을 많이 팔고자 하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이 브랜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브랜드파워가 높은 기업의 제품이 동일한 기능을 가진 중소기업제품보다 비싸게 팔리고, 100% 자기들이 만든 제품인데도 알려진 브랜드가 없는 업체에서 OEM 방식을 통해 로열티를 주고 수출하는 것도 다 이 브랜드 때문이다. 기업브랜드와 상품브랜드는 한몸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적자를 보면서도 자체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각종 문화행사를 후원하는 것은 긍정적 기업브랜드를 구축하고 그 힘을 강화시키기 위한 투자이다. 인수합병 시에 나타나듯, 기업브랜드와 상품브랜드는 회계 수치로 나타나는 자산이다.

브랜드를 사람들의 머릿속에 심기도 어렵지만, 한번 심어진 브랜드를 지우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 현장에서는 성급하게 브랜드를 띄웠다가 그 브랜드에 흠결이 발견되어 뒤늦게 중단해도 수습할 수 없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사태가 나타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진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원수 선생의 일제 말 친일작품을 읽어보면, 어쩔 수 없는 강요로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나름의 판단이 작품 속에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이원수 선생이라는 브랜드는 리콜할 수도 없는 친일이라는 치명적 흠결을 가진 것이다.

그래서 이원수 선생 대신 '고향의 봄'을 브랜드로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브랜드의 속성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고향의 봄'을 브랜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이 노래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노래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비유컨대 '고향의 봄'이라는 상품브랜드를 만든 기업브랜드가 친일작품을 남긴 이원수 선생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들인 노력이 아까워 부 정적인 상품브랜드에 집착하다 기업까지 위험에 빠진 예는 수없이 많다.

   
 
이것이 지금이라도 창원시의 '고향의 봄' 브랜드화 사업을 중단하고 '100주년 기념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이다.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