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민자사업 이대론 안된다 (4) 대안없는 민자사업 이것 만이라도
앞으로 법 개정 등을 통해 민간투자사업이 어떤 형태로 변할지는 확신할 수 없으나, 지금까지의 민자사업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물론 민자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그 반대 사례에 속한다.
김해 경전철을 보자. 사업 시작할 때 예측 승객 수는 17만 명이었으나 김해시는 개통을 앞둔 현재 3만 명 정도가 실수요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형적인 뻥튀기 용역 결과였고, 이로 인해 김해시는 20년간 매년 640억 원씩 운영적자를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주요 정책 사업은 죄다 손을 놓아야 할 판국이고, 오죽 답답했으면 김해시는 정부 지원금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국토해양부에 발송하기도 했다.
이 때문이라도 민자사업이 시작되기 전 지자체가 사업의 타당성 여부를 꼼꼼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물론 사전 검증 제도는 있다. 문제는 유명무실하다는 것이고, 사업자 논리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 있다.
◇검증 쉽지 않다 = 일단 민자 제안 사업이 주무관청으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게 되면, 감사원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해당 사업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거가대교 사업자가 시공 이윤을 착복했다고 주장한 김해연 도의원은 '하도급 계약 내역'을 공개하며 GK 해상도로를 압박해 들어갔다. GK 해상도로는 이때부터 감사원 감사를 받는 지금까지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노코멘트'라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
이런 와중에서도 지난해 11월 GK 해상도로 이석희 사장이 경남도의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적이 있다. 건설소방위원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고 이석희 사장은 그간의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 당시 핵심이 됐던 사안은 GK 해상도로가 '시공이윤을 남겼느냐 아니었느냐'로 모였다. 이석희 사장은 "우리가 돈을 남겼다는 근거가 없다. 근거를 제시하면 되는데, 관행상 원가 공개를 하지 않는다. 초과 이윤에 대해서는 설명할 입장이 아니다. (도민들에게) 더 혼란만 줄 것 같아서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건소위 소속 도의원들이 기존 원도급 금액과 실제 투입 금액이 왜 차이 나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구체적인 자료가 없다"는 것이었다.
"민자사업자는 시공 이윤을 남기면 안 되는데, 이미 7000억 원에 이르는 시공이윤을 남겼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다"고 재차 따졌지만, 이석희 사장은 "자료에 접근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말했고, "해명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죄송하다"고 밝힐 뿐이었다.
민간사업자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으나 도의회는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조례 제정·의회 감시 효과 = 대구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대구광역시 민간투자사업에 관한 조례'와 의회 감시 효과는 어느정도일까? 대구광역시에서는 BTO방식으로 건립되는 대구뮤지컬전용극장이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 왔다.
대구경실련은 총제적 부실사업으로 판단하고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고, 시의회 역시 △종합 청사진 부족 △특정지역 문화시설 편중 △주차면 수 부족 △20년 후 애물단지 전락 가능성 등의 이유로 사업 재검토를 주문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채택 동의안을 밀어붙였다. 이에 시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지난 2009년 4월 재적의원 7명 가운데 4명이 반대해 채택동의안을 한 차례 부결했다가, 사업 변경안에 대해서는 그해 10월 가결했다.
이 사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지만,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처장은 "조례 제정 이후 사업내용이 대체적으로 공개되면서 정보 접근이 용이한 부분이 있다"며 "현실적인 한계는 있지만, 분명한 것은 조례가 없을 때보다는 일정 정도 견제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 변화 고민할 때 = 대규모 '민자사업 전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남해안권종합발전계획을 분석·비판하고 있는 여영국 도의원은 민자사업의 딜레마를 여실하게 느끼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참여해 일이 되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많이 줘야 하는 게 현실이다. 줄 건 줘야 하는데, 인센티브 규모가 특혜에 가깝고 수백억 원의 도민 혈세가 매년 낭비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실제 최근에는 MRG 규정이 폐지되고 정부보조금이 축소됨에 따라 민자사업은 예전만큼 인기가 없어진 듯하다. 창원 제2터널 공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커 보이고, 팔용터널 역시 MRG에 버금가는 인센티브가 없는 이상 민간사업자가 순조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들 내부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마창대교 관계자는 "민자사업이 10∼20년 앞을 내다보는 선도사업이라는 점에서 접근하면 실제 재정 손실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지만 사업자가 시공 이윤 등을 통해 이익만 빼먹는다는 주장이 있는 만큼 새로운 모델이 필요할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여 의원은 "무조건 개발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길을 넓히고 터널을 뚫기 위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대중교통 체계를 개선하고, 자전거 등의 녹색교통을 활성화하는 데 예산을 우선배정하자는 것이다. 이는 '자가용을 이용했을 때 불편한 도시가 쾌적한 도시'라는 생태·문화도시론과도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다.
김해연 의원은 "어느 순간 민자사업은 좋은 것이고 지자체가 직접 추진하는 재정사업은 독소적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이것이 지자체 장의 성과주의와 맞물리면서 독버섯이 자랐다"며 "시장경쟁 원리만 잘 따라도 현재와 같이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눠먹기하는 병폐는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의원은 "정보의 투명성을 행정에서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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