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안맞다" 재탕 논리로 상임위 결과 뒤집어

김두관 집행부의 도정 철학을 반영한 도청 조직개편안이 19일 열린 경남도의회 본회의에서 저지당했다. 조직개편 시기를 2011년 1월 1일부터 하자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표결까지 가는 진통 끝에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수정안 제출은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주도했으며, 54명 재석 의원 중 34명이 찬성했다.

제28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19일 오전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경남도청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한나라당 이흥범 의원이 조직개편 수정안을 발의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로 구성된 '이흥범 의원 외 13명'은 조직개편 시기를 내년 1월로 미루자는 수정안을 제출한 배경에 대해 "신임 도지사의 도정철학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연중 의회의 기능이 가장 중요한 현 시점에서는 조직개편 시기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제기한 논리가 10여 일 전 도청에서 조직개편안이 넘어왔을 때 일부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제기했던 반대 논리의 재탕이라는 데 있다. 더욱이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포함된 해당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놓고 장시간 격론을 벌여 "시기에 문제가 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자"고 의결한 내용을 뒤집은 것이어서 앞으로 도의회 활동에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집행부 군기 잡기냐? 김두관 발목 잡기냐? =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전 본회의가 열리기 전 긴급 모임을 열고 상임위를 통과한 조직개편안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냐 아니면 안 자체를 부결시킬 것이냐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이들이 도청 조직개편을 반대한 논리는 △의회를 무시하는 집행부 일 처리 △행정사무감사 부실화 우려 △예산편성 부실화 우려 △조직개편안 자체의 부실성 등으로 요약된다.

수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흥범 의원은 "기획행정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본회의장에 올라온 안건이긴 하나 다수 의원은 여전히 지금 조직개편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조직개편안을 거부하려고 했으나 수정 동의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석영철 의원은 "의회는 변하고 있는데 오랜 관행에 젖어 있는 집행부는 변하지 않는 게 보이지 않느냐"면서 "지금 하는 조직개편이 집행부를 혁신하려는 것인데, 만약 이대로 더 간다면 여러 의원님들이 걱정하는 행정사무감사는 더 부실하게 진행될 게 뻔하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문준희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 역시 "새 지사가 소신을 담은 조직개편안이고 집행부도 여러 질책을 수용하고 있는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원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사실상의 '조직개편 반대'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일 처리가 부실했던 집행부를 질책하며 도의회 위상을 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김두관 발목 잡기' 형태가 되고 말았다.

◇ 초선의원 반란이냐? 한나라당 당론이냐? = 조직개편안 저지를 놓고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오영 원내대표는 이를 극구 부인했다. 순수하게 초선의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이며, 오히려 "재선과 3선 의원들은 초선의원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회의를 정회하면서까지 열린 초선의원 모임에는 김오영 원내대표뿐 아니라 한나라당 소속 상임위원장 역시 대거 참석해 한나라당 의원 총회를 방불케 했다. 특히 회의장 밖으로는 "수정안에 찬성하지 않으면 한나라당 당원이 아니다"라는 고성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한나라당 초선 모임에 참여한 김부영 의원은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했던 문제가 아니라 집행부와 의회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진보신당 김해연 의원은 "본회의 중간에 자체 모임을 열어 총의를 모으고 표결을 할 거라면 도의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한나라당 의총 의회로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한, 무소속 김대겸 의원은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집행부가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하는데, 기획행정위에서 격론 끝에 도출한 결론을 무시하고 자체 사모임을 통해 본회의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다수 의원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뭐냐"고 비판했다.

이번 '조직개편안 저지'가 한나라당 당론이 됐든, 한나라당 초선의원들의 패기에 찬 문제제기가 됐든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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