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도지사 - 6급 이하 직원 '할 말은 한' 풀밭 미팅

'잔디밭 미팅'은 녹록하지 않았다. 실·국별 6급 이하 직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전 도청 앞 잔디밭에서 진행된 지사와 직원의 만남은, 저마다 자리 앞에 놓인 김밥과 과자가 무색할 만큼 진지했다.

◇"국·과장 직위해제 과한 처사" = 첫 주자는 김 지사 취임 후 가장 입지가 곤란한, 또한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라지는 건설항만방재국 소속 직원이었다.

그는 "기술직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1997년 IMF 때 기구 축소 때도 도시교통국과 건설항만방재국이 통합됐는데, 2006년에 와 겨우 분리된 것이 또 합쳐져서 안타깝다. 이런 일 있을 때마다 기술직이 타깃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낙동강은 국가하천이므로 쓰레기 매립은 부산지방국토청 담당이므로 잘못이 있어도 국토청 잘못"이라며 "(쓰레기 매립 사실을) 국장까지는 보고했는데, 국·과장 직위해제는 과한 처사 아니냐. 이왕 이렇게 된 거 이른 시일 내에 풀어주시라"고 요구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18일 오전 경남도청 앞 잔디밭에서 6급이하 공무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이에 김 지사는 "건설·기술직 사기가 떨어졌다고 보지 않는다. 민선 4기 때 건설·기술직이 상당한 우대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안에 섭섭해 할 수도 있지만 진위를 알게 되면 그렇게 생각 안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과장도 우리 식구인데 징계가 쉬웠겠느냐. 고민 끝 결정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여기서 배경을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한 보고 누락 때문만은 아니다. 조직관리책임자로서 신상필벌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 끝날 때 '정치 위해 도정 이용했다' 소리 없길" = 이어 환경과 직원이 바통을 잡았다. 앞선 직원과는 다른 입장이었다.

"민선 4기 도정, 잘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도정을 활용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민선 5기 지사는 마무리하는 시점에 그런 이야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 '열심히 일하고 갔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면 직원들도 저절로 신명나서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요즘 김문수 경기도지사 활동 영역을 보면 정치 영역이 더 많지 않느냐? 선출직 공직자의 한계다. 다만,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조직을 한다(만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나는 7년 7개월 행안부 장관과 군수 하면서 조직 한 번 한 적 없다. 국회의원 떨어지는 걸 보고 누구는 조직을 안 해서 그렇다고 했는데 그게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지사 때문에 일 많아졌는데 인원은 부족해" = 사회복지과 소속 한 직원은 "하루 네다섯 건의 민원이 들어오고 다른 부서 자료 요구에 하루 한 시간 이상 소비한다. 결국, 하루 대부분을 내·외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사의 행정 철학인 보편적 복지처럼 복지분야 업무량이 대폭 늘었지만 인원이 부족하다. 지사에게 오는 민원은 가급적 실무자, 실과장으로부터 시작됐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김 지사도 "내게도 민원이 120건 정도 되는데 휴일에도 만나고 있다"면서 "선거 후 초창기라 조금 많은 편이지만 차츰 권한이 실과장에게 넘어가면 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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