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100일, 성과와 과제 (하) 제9대 도의회 초선의원 10명에게 물었다

9대 경남도의회가 개원 100일을 맞았다. 개원 초반 의장단 구성 때문에 펼쳐진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의원들 간 대립 전선은 9대 도의회가 조용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암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 일색이었던 경남도의회에 민주노동당, 민주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입성했고, 당적이 없는 교육의원과 무소속 의원들도 소신 행보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낙동강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한나라당과 민주개혁연대 의원들 간 논쟁은 그 결과를 떠나 지방의회가 생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경남도의회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또 한 축은 바로 초선 도의원들이다. 9대 도의회 초선 의원 비중은 50%를 훌쩍 넘어선다. 물론 장·단점이 있었다. 의욕적인 의정활동으로 노쇠화되어가는 지방의회에 활기를 불어넣은 점은 신선하게 다가왔으나, 경험과 연륜 부족으로 뚜렷한 성과물 없이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도 발견됐다.

바로 이들 초선 도의원들이 바라본 지방 광역의회의 모습은 어땠을까? 10명의 초선 의원들에게 물은 결과는 한마디로 "깜짝 놀람"이었다.

"도의회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바빠서" 놀랐고, "도의원이 생각보다 별것 아니어서" 또 한 번 놀랐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시·군 의회에서 다년간 의정활동을 경험한 '초선 아닌 초선 의원'들도 예외 없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대한민국 지방의회의 한계를 체감하기에 100일은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초선 의원들이 맨 먼저 부딪친 벽은 인맥과 정보 부족으로 요약된다. 특히 창원이 아닌 곳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그 힘겨움이 더 심했다. 지역구 현안은 전문가지만 경남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정보와, 그 정보가 흘러나오는 창구를 포착하지 못해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김해 출신이면서 최연소 의원 반열에 드는 공윤권(41)·이천기(40) 의원은 바로 이 부분에서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이런 와중에도 공윤권 의원은 "각종 연구모임과 특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의정활동의 기본기를 닦고 있다"고 했고, 이천기 의원은 "SSM(기업형 슈퍼마켓) 문제를 포함해 중소상인들 권익 보호 활동을 트레이드 마크로 하겠다"는 향후 계획을 소개했다.

'분위기에 적응을 못 하겠더라'는 반응을 보인 초선의원들의 이력은 이채롭다.

시인이기도 한 김경숙 의원은 "도의회가 딱딱하고 경직된 사고 틀에 갇혀 있음을 실감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 때문에라도 "시적 상상력으로 도의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노동운동가 출신 여영국 의원은 "의정 활동 자체가 법 테두리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실질적인 서민 친화적 활동에 어려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여 의원은 "의료와 주거문제를 중심으로 최대한의 민생 정책을 제도권 안에서 발굴해낸다"는 계획이다. 역시 노동운동 현장을 경험한 최해경 의원은 "노동운동과 의정활동을 단순 비교할 수 없지만 솔직히 몇 배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의원의 권한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공통적이었다. 강종기 의원은 "공무원이 현장조사 한다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으로 일관하는 등 기막힌 모습을 봤다"고 했으며, 김부영 의원은 "행정 전산망과 비교해보니 집행부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기 짝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의원인 조형래 의원은 "부실한 자료나마 제때 주면 고맙겠지만 일선 학교에 부탁했더니 단순 민원인과 다름없는 취급이더라"는 하소연을 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각 지역 예산이 확정되다 보니 도의회 활동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여기에다 중앙당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해 더욱 어려움에 직면했다는 의견 역시 공통으로 나왔다.

시의회 활동 경험이 있는 이흥범 의원은 "도의원의 위치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개원 초반 원 구성 갈등을 지켜보며 중앙정당의 구태를 보는 듯해 안타까웠다"고 했다.

역시 시의원 출신인 김영기 의원은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시·도의원들이 중앙 정부에서 미리 확정해 하달하는 사업을 조정하는 역할밖에 못 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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