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두동 1·2·3센터 주변 도로 불법 주차 차량 즐비
통근버스·직원 엉켜 사고 예고되는데도 행정은 뒷짐

 창원 쿠팡 공장 통근버스 운전기사 김정훈(가명·40) 씨는 지난달 초 버스를 몰다가 사람을 칠 뻔했다. 평일 퇴근길 창원 진해구 두동에 있는 창원2·3물류센터 출입구 앞에서다. 그 맞은편에는 창원1물류센터도 있다. 운행 도중 버스 앞으로 불법 주차 차량 사이에 있던 사람이 불쑥 튀어나왔다. 줄줄이 불법 주차된 차량에 시야가 가려 사람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저속 주행한 덕에 사고를 피했다.

김 씨는 "24시간 가동되는 쿠팡 공장에는 오후 6시에서 6시 20분 사이에 출근하는 사람을 태운 차량과 퇴근하는 사람을 태운 버스가 50대씩 몰린다"면서 "무단 횡단하는 직원도 많고 화물 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며 운행하는 일도 잦아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청에 몇 번 이야기했지만 달라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쿠팡 물류센터로 통근 차량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최석환 기자
쿠팡 물류센터로 통근 차량이 줄지어 들어오고 있다. /최석환 기자

쿠팡 공장 통근버스 기사 사이에서 출퇴근길 공장 진입로 일대 사고 우려가 크다. 언제 사고가 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지만 행정은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6시 쿠팡 공장 앞은 꼬리를 무는 통근버스와 차량을 타고 내리는 이들로 혼잡했다. 1센터와 2·3센터는 서로 마주 보는 구조인데 그 사이를 지나는 도로 양옆에는 불법 주차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통근버스가 많은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까지 있으니 사실상 쓸 수 있는 차로가 없을 때도 있었다. 신호는 내내 주황색 점멸등만 들어왔다.

신호가 따로 없는 길을 타고 버스가 한 번에 5~6대씩 엉킬 때는 도로가 꽉 막혀 통행이 어려웠다. 불법 주차된 차 옆에 이중 주차하고 나서 직원들을 내려줬다. 출근하는 직원들과 퇴근하는 직원들이 20~30명씩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도로 한가운데서 10분가량 차량과 직원 통행을 통제하는 사람이 보였지만, 건널목으로 지나가라는 안내를 받고도 일부 직원들은 도로를 가로질렀다. 이에 교통 통제 직원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소리쳐 부르는 모습도 보였다. 한 직원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 공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쿠팡 창원 물류센터 직원들이 통근 차량에서 하차하고 있다. 주정차 금지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아 이중주차해 직원을 내려주고 있다. /최석환 기자
쿠팡 창원 물류센터 직원들이 통근 차량에서 하차하고 있다. 주정차 금지구역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아 이중주차해 직원을 내려주고 있다. /최석환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버스 기사는 "신호보다도 더 큰 문제는 불법 주차와 시민의식"이라면서 "펼침막도 공장 주변에 걸어놓고 주정차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공장 직원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차 때 직원들에게 건널목으로 지나가라는 유도 역시 무시하는 사람이 많아 근무 도중 사고를 낼 뻔했다는 직원들도 여럿 있다"면서 "사고가 없도록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등 일대 안전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공장 직원은 "신호도 없는 곳이니까 편하게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퇴근 시간대에 사고 위험이 크다고 느낀 이들이 각자 조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창원시 진해구청은 그동안 민원이 많지 않아 사고 위험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뒤늦게 안전 문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구청 경제교통과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대 말고는 차량이 많지 않아 점멸등을 운영하고 있었다"면서 "현장도 확인하고 경찰과 협의해 사고가 없도록 안전 조치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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