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교통사고로 장애인 돼
재활로 탁구 접해 빼어난 기량
각종 국제대회 우승 세계 1위
내년 체전·패럴림픽 '금' 목표

경남장애인체육회 탁구팀 주영대(50)는 올해 전국장애인체전은 물론 아시안게임을 포함한 여러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는 늘 “운이 따랐다”며 겸손해했다. 다만, 그만큼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자부심은 누구보다 높다.

경남장애인체육회 주영대가 창원 경남장애인체육회 훈련장에서 라켓을 잡고 있다. /이원재 기자
경남장애인체육회 주영대가 창원 경남장애인체육회 훈련장에서 라켓을 잡고 있다. /이원재 기자

◇제2의 인생 열어준 탁구 = 주영대는 1994년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어려서부터 축구, 핸드볼, 테니스를 했고 경상국립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할 만큼 운동신경이 좋았다. 그런 그였기에 장애를 인정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사고 후 3년 동안은 집에만 머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컴퓨터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장애 모임에 나가게 됐고 그러면서 서서히 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2008년 재활 목적으로 진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탁구를 접하게 됐다. 남다른 운동 신경을 갖춘 그는 비교적 빠르게 적응했고, 점차 기량이 발전해 2013년 국제대회 출전을 시작으로 전문선수로 꽃을 피웠다.

그는 “탁구를 하지 않았다면 일반 사무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며 “다행히 탁구를 한 게 사람을 만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훨씬 많은 도움이 됐다. 탁구는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스포츠”라고 말했다.

◇왕관의 무게 = 실제 탁구는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줬다.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안패러게임에서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각종 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이후 아시안패러게임·패럴림픽·아시아선수권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2017년 8월부터 세계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그가 느끼는 부담감도 크다.

주영대는 “세계랭킹을 지키려면 국제대회에서 이겨서 포인트를 따야 한다. 10번을 하면 한두 번은 질 수 있지만 승률 80~90%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며 “세계랭킹 1위니까 국제대회도 1등을 해야 하고 전국장애인체전도 당연히 1등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경남장애인체육회 주영대가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시상식에 참여하고 있다. /경남장애인체육회
경남장애인체육회 주영대가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시상식에 참여하고 있다. /경남장애인체육회

10월 열린 아시안패러게임도 부담감은 만만치 않았다. 아시안패러게임 결승은 금메달과 함께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내년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이 걸려있었다. 주영대는 0-2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으나 3세트부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3-2 대역전승을 거뒀다. 절체절명의 순간 포기하지 않은 그의 마음이 부담감을 이겨낸 것이다.

그는 “중간에 ‘포기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질 때 지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한 세트라도 따고 져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경기, 한 경기 풀어간 게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노력이 만든 ‘운’ = 그가 부담감을 이겨내고 정상을 지키는 데 특별한 비결은 없다. 오로지 훈련이다. 단 1점을 위해 밤을 새워 공 500개 이상이 든 상자 서너 개를 소화한다.

주영대는 “스스로 만족하지 않고 훈련을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며 “슬럼프가 올 때면 훈련이 부족해 그런 것으로 생각해 연습을 더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거머쥔 금메달에 운이 따랐다는 표현을 붙였다. 그리고 그 운도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보기에 운도 노력했을 때 따라오는 것이다. 그만큼 했기 때문에 그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운이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운동은 땀을 열 방울 흘리면 열 방울만큼 나한테 돌아온다. 신한불란(信汗不亂·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을 인생 좌우명으로 삼은 이유”라고 말했다.

주영대는 2021년 도쿄 패럴림픽 이후 어깨 부상을 달고 있다. 병원에서 3개월마다 주사를 맞으며 버티고 있지만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통증이 심할 때도 있다. 그렇기에 그는 내년 파리 패럴림픽과 안방 김해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체전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

그는 “패럴림픽 2연패와 더불어 2관왕이 목표고 전국장애인체전에서도 2년 연속 3관왕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아프지 않고 오래 탁구를 하고 싶다. 은퇴 후에는 저와 같은 선수들에게 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전수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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