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학년 때 지도자 권유 시작
성실함으로 전국대회서 메달
진로 삼고 싶어도 취업 어려워
"기업체 연계 등 지원 필요해"

창원용호고등학교 공태우(3학년) 학생은 장애인역도 선수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방문한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 권유로 운동을 시작해 현재 실업팀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 경남 대표로 선발된 후 역도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대회 입상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공태우(앞) 학생과 구병수 지도자가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경남장애인역도연맹 훈련장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창원시장애인체육회

◇미래를 생각하게 한 역도 = 공태우 학생은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다. 지난해 ENA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이 개인차가 큰 장애라고 알린 바 있다. 공태우 학생의 뇌병변 장애도 마찬가지다. 흔히 비장애인 사이에서는 사지를 못 움직인다는 시각이 있지만, 100명의 뇌병변 장애인이 있다면 100가지 뇌병변 장애가 있는 것과 다름없다. 공태우 학생은 유년 시절 뒤집기나 손뼉 치는 것이 잘되지 않았으나 이후 치료와 재활 프로그램을 거치며 신체 활용 능력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장애인 생활체육 지도자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재활을 넘어 운동으로 근력을 키우고자 시작한 역도가 이렇게 삶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떨기도 했고, TV에서 비장애 역도 선수가 경기하는 걸 봤을 때 겁도 났어요. 장애학생체전에서 메달을 땄을 때는 기분이 좋았죠. 역도는 하나, 하나 한계를 깬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안 되는 걸 한 단계씩 해나가고 성장한다는 점이 좋아요."

역도는 그에게 미래를 생각하게 했다. 역도를 시작하던 당시 함께 운동했던 경남장애인역도연맹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힘을 북돋아 줬고 그 힘을 받아 목표 세우고 도전정신을 길렀다.

"본인이 미래를 생각하고 책임감도 커졌어요. 대회를 앞두고 스스로 체중 조절을 하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재활은 오늘 이만큼 했는데 내일 몸이 굳으면 다시 그만큼 해야 하는 반복이에요. 하지만, 운동은 본인이 더 하면 어떠한 결과가 보이기 때문에 미래의 좋은 결과를 향한 의지가 더 올라가죠."

공태우 학생 어머니 주미향 씨의 말이다.

공태우 학생이 19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경남장애인역도연맹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창원시장애인체육회

◇장애학생체전 '금' 향해 번쩍 = 공태우 학생은 주로 창원시장애인체육회에 딸린 좁은 창고에서 운동한다. 그가 비교적 열악한 환경에도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특유의 성실함과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이다. 자신이 들어 올리고자 하는 무게에 뚜렷한 목표 의식이 있고, 평소 먹는 걸 관리하며 체중 조절도 문제없이 해낸다.

남다른 승리욕도 그가 가진 무기 중 하나다. 공태우 학생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중학교 때 출전한 장애학생체전을 꼽았다. 그는 이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땄다.

특히 최근 좌우 균형을 개선해서 90㎏을 들어 올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어릴 적 교통사고로 뼈가 부러진 적이 있다. 그 보상 작용으로 한쪽 힘이 다른 쪽보다 세졌고, 그래서 좌우 힘의 균형이 흐트러져 있다. 공태우 학생이 참가하는 벤치 프레스 경기는 규정상 무게를 들어 올려도 좌우 균형이 무너지면 성공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올해는 장애학생체전에서 메달을 따는 건 물론이고, 성인부와 겨루는 전국장애인체전에서도 상위권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체육활동이 새로운 길 됐으면 =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인 공태우 학생은 내년이면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선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역도가 하나의 진로가 되기를 희망했다.

"5년 동안 꾸준히 역도를 해왔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역도로 취업까지 하고 싶어요. 앞으로 국가대표처럼 뛰어난 선수가 되고 싶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게 목표입니다."

어머니 주 씨 역시 장애 학생이 운동으로도 미래를 꿈꿀 수 있길 바란다.

"체육은 장애인들이 사회에 편입되는 단계로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장애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체육활동을 끝내는 게 아니라 진로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있는 운동이 진로가 되지 못한다면 정말 힘들어요. 누구의 손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운동선수로 움직이면서 사회 한 구성원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공태우 학생을 지도하는 구병수 창원시장애인체육회 지도자는 이를 위해 기업체 연계 등 지역사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공)태우가 성인이 되면서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데, 실업팀은 자리가 나야 하고 체급별 선발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업팀이 어렵다면 기업체 소속 선수로 운동을 해야 하는데 아직 사회에 그런 점이 부족하지 않나 싶어요. 장애 학생들이 운동을 시작했으면 미래에 운동을 계속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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