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진주‧의령‧창녕 소 힘겨루기 대회 개최
싸움소로 상금 벌고, 몸값 올릴 수 있어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
동물보호단체는 '동물학대' 비판

소 두 마리가 모래판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온다. 싸움소 불산과 흑곰의 대결이다.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싸움이 시작됐다. 소들은 두 뿔로 힘을 겨룬다. 관중은 "어머, 어떡해", "그렇지"라면서 우려와 탄성을 번갈아 내뱉는다. 

불산이 흑곰을 나무 울타리 쪽으로 밀어붙이는가 했더니 이내 반격이 이뤄졌다. 흑곰이 불산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불산은 왼쪽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흑곰 승이다. 불산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울음을 토해냈다. 

제21회 창원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가 2023년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창원시 의창구 북면 마금산온천지구에서 열렸다.18일 경기에 참가한 싸움소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제21회 창원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가 2023년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창원시 의창구 북면 마금산온천지구에서 열렸다.18일 경기에 참가한 싸움소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창원 전국민속 소 힘겨루기 대회가 20일 창원시 의창구 북면 마금산온천지구에서 열렸다. 진주와 의령, 창녕에서도 소 힘겨루기 대회가 이어질 계획이다. . 

흑곰은 태백급 우승을 차지하고, 상금 600만 원을 거머쥐었다. 흑곰 주인 김두만(81) 씨가 자랑스럽게 우승기를 흔들어 보인다. 김 씨는 50년 동안 싸움소를 길렀다. 그는 "일반 소는 그냥 사료를 주지만, 싸움소는 하루 세끼 죽을 끓여서 먹인다"며 "십전대보탕처럼 사람들이 먹는 보양식도 소에게 먹인다"고 설명했다. 

싸움소를 기르는 비용도 크지만, 얻게 되는 이익도 있다. 소 힘겨루기 대회에서 상금을 벌 수도 있고, 우승 소는 몸값이 올라간다. 우승 소가 낳은 송아지도 가격이 비싸진다. 한 마리에 2억 원을 호가하는 싸움소도 있다.

여러 차례 경기를 치른 흑곰은 부상을 당했다. 상대 소가 뿔로 머리를 치는 바람에 피가 났다.

김 씨는 "원래라면 언덕과 산을 오르내리면서 훈련을 시키지만, 이렇게 소 힘겨루기 대회를 하고 나면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며 "오늘 흑곰이 머리가 찢어지는 바람에 약을 발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소 힘겨루기 대회에서 싸움소가 다치는 일은 흔하다. 동물보호법에서 도박이나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소싸움은 민속 경기로 분류되면서 예외가 됐다. 

제21회 창원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가 2023년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창원시 의창구 북면 마금산온천지구에서 열렸다.18일 경기에 참가한 싸움소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제21회 창원 전국민속 소힘겨루기 대회가 2023년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창원시 의창구 북면 마금산온천지구에서 열렸다.18일 경기에 참가한 싸움소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김구연 기자

소 힘겨루기 대회를 관람하던 표성철(72·창원 의창구 대산면) 씨는 "소싸움에도 여러 기술이 있어서 소가 어떤 기술을 쓰는지를 유심히 지켜본다"며 "소에게서 끈기와 인생의 지혜를 터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싸움은 농민들의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는 민속놀이긴 하지만, 동물복지 차원에서는 피를 보게 되니까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선정(29·김해시 내외동) 씨는 "마음이 아파서 소싸움을 보지 못하겠다"며 "우리 전통을 지키는 일도 필요하지만 동물권 보호가 중요해진 시대 흐름을 따라 바뀌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시대 흐름에 맞춰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도 지난해부터 '소싸움 대회'를 '소 힘겨루기 대회'로 명칭을 바꿨지만 동물 학대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달 13일 소싸움도 동물 학대기 때문에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금지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생후 7개월부터 싸움소로 선택된 소는 콘크리트로 속을 채운 타이어를 끌거나, 산악 달리기를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을 한다"며 "초식동물인 소의 공격성을 키우려고 보양식을 먹인다"고 지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경기장에 입장하는 소들만 보더라도 공포에 질려 눈이 커지고 긴장해서 분변을 지리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소들이 트럭에 실려 영문도 모른 채 경기장으로 끌려가는 과정에서 발열 등 질병이 생기기도 쉽다"고 밝혔다.

/김다솜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