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1호 여성 심판 이름 올려
창미야 창단 멤버·기록원 활동
부상 트라우마 이겨내며 성취
"여성 심판 가능성 보여주고파"

창원시여자야구단 창미야 소속 김시유가 지난달 29일 KBO·명지전문대·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제13기 야구심판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이로써 경남 최초 여성 야구심판이 탄생했다.

경남 1호 여성 야구심판 김시유가 1일 창원88올림픽야구장에서 스트라이크 콜을 하고 있다. /이원재 기자

◇선수·기록원 넘어 심판까지 = 김시유는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0주간 서울 명지전문대에서 야구심판 수업을 들었다. 그는 매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3회 열리는 수업을 듣고자 창원에서 서울까지 약 360㎞를 달렸다. 금요일 오전 출발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일요일 밤 11시가 돼 있었다. 서울을 오가는 비용을 따져봐도 교통비와 숙박비 등 적지 않은 금액을 지출해야 했지만 그는 좋아하는 야구를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가 이토록 심판 수업에 열정을 보인 이유는 야구를 보는 시야를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모르는 게 많았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만 하고 이해를 못 하는 때도 있었다”며 “심판을 하면 야구를 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야구 공부는 심판 수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김시유는 지난 1년간 사회인야구 창원 월화리그 야간경기 기록원으로 활동하며 부지런히 공부를 이어나갔다. 선수·기록원·심판까지 그는 야구장에서 여성이 설 수 있는 자리를 점차 늘리는 중이다.

김시유의 본격적인 심판 활동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우 창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는 “야구를 정말 좋아하고 경남에는 여성 심판도 없어서 망설이고 있을 때 권유를 했다”며 “월화리그나 리틀야구 경기에서 경험을 쌓아 올해 후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심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김시유는 “경남 1호 여성 심판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여성도 충분히 심판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고, 경남 첫 여성 심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남 1호 여성 야구심판 김시유가 1일 창원88올림픽야구장에서 심판 콜을 하고 있다. /이원재 기자
경남 1호 여성 야구심판 김시유가 1일 창원88올림픽야구장에서 심판 콜을 하고 있다. /이원재 기자

◇부상 트라우마도 막지 못한 야구 열정 = 김시유의 남다른 야구 열정은 그가 걸어온 야구 인생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2007년 부산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보며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작정 여자야구단을 찾아갔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얼굴에 공을 맞는 큰 부상을 당하며 야구를 내려놓아야 했다. 당시 그는 얼굴 뼈가 내려앉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한동안은 가까이 있는 물체에도 공포를 느끼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시간이 흘러 경북 포항에서 지인을 따라 야구를 다시 시작했지만 팀이 해체되며 야구에 대한 갈증은 점차 커져 갔다. 그러던 중 창미야가 창단되며 선수를 모집했고, 지금은 창미야의 창단 멤버로 원 없이 야구를 즐기고 있다.

올해 그가 세운 목표는 창미야 B팀의 첫 승이다. 창미야는 올해 A팀과 B팀으로 나눠 각각 챔프리그(상위리그)와 퓨처리그(하위리그)에 참가한다. 김시유는 “창미야 B팀은 창단 멤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피땀 흘리며 연습했는데 전국대회 1승을 꼭 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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