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임기 만료 3년 여정 마무리
대작 〈토지〉 연극 무대 올리고
작품마다 경남 배우 과반 기용
"추후 좋은 의제 많이 개발되길"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달 30일 오전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6층 극단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대외적으로 경남도립극단을 알리는 데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것 같아요.”

지난달 30일 오전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6층 극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장렬(58)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힘주어 한 말이다.

오는 11일 임기 만료를 앞둔 그가 3년 전부터 이끌어온 경남도립극단은 창단 후 통영 출신 고 박경리 선생의 대표작 <토지>를 연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토지>를 도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육성하겠다는 초기 계획에 따른 시도였다. 대작이 지역에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많은 눈길이 쏠렸다.

박 감독은 2020년 2월 초대 예술감독으로 위촉(2년 계약 체결 후 임기 1년 연장)되고 나서, 1부(2020년)와 2부(2021년)로 구분 지어 <토지>를 선보였다. 제작비는 <토지Ⅰ> 3억 6000만 원, <토지Ⅱ> 3억 7000만 원이었다. 부임 첫해인 2020년 10월 극단 창단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토지Ⅰ>은 2년 전 6월 부산국제연극제에 초청돼 두 차례 무대에 섰으며, 그해 7~8월에는 서울예술의전당에서 6차례 공연됐다.

“부임 초기에는 1년에 한 편씩이라도 대작을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러다 토지라는 대작을 제작했죠. 서울에서도 대작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토지가 일회성 제작에 그치지 않고 상설 공연화하는, 그런 문제는 앞으로 도립극단의 숙제가 되겠지만, 작품을 제작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경남도립극단이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달 30일 오전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6층 극단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석환 기자

박 감독은 작품마다 50% 이상 경남 배우를 출연시켰다. 도립극단이 집계한 2020~2021년 작품별 출연진 현황을 보면, 전체 출연진 93명 중 55명(59.1%)이 경남 출신이었다. 같은 기간 극단이 선보인 작품은 4편. <토지Ⅰ>에서는 출연진 36명 중 24명(66.7%), <토지Ⅱ>는 33명 중 18명(54.5%)이 지역 배우였다. 박 감독은 경남 출신인 박시우(극단 미소), 한재호(극단 예도) 배우를 발탁, <토지>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박경리 선생님의 유산을 공연 예술 유산으로 남기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해야 할까? 그 의미를 더 확산시키지 못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있지만, 발디딤을 했고,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도립극단이 해냈기에 만족감은 있어요. 큰 작품은 많은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이 작품에 많은 사람이 거쳐 갔는데 알게 모르게 좋은 영향이 지역 연극계에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도내 연극인 사이에서는 경남도립극단이 지역 연극 생태계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쪽과 그렇지 않다는 쪽으로 의견이 갈리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는 자신이 부임한 이래 성과가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올린 공연의 관객 만족도는 90% 이상이었어요. 주위 분들도 다들 좋아해 주셔서 홀가분한 마음이 있어요. 3년간 열심히 작업했는데 배우들, 스태프들과 합이 잘 맞았어요. 좋은 연을 만들게 돼서 좋죠. 창단공연 때는 코로나 때문에 공연 일정이 미뤄지다 두 번밖에 공연하지 못했어요. 거리두기 문제로 배우들과는 한 자리에서 술자리 한 번 못 가져보고 헤어졌어요. 무대를 다 세워놓고 공연하지 못 할 뻔하다가 어렵게 관객과 만나기도 했는데 그때 배우들 모두가 울었어요. 이후에도 코로나 탓에 공연 일정이 미뤄지는 일은 있었지만, 다행히 공연하지 못한 작품은 없었어요.”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지난달 30일 오전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6층 극단 사무실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석환 기자

초대 예술감독으로서 <토지>라는 대작을 남긴 그는 오는 11일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3년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날을 일주일여 앞두고 박 감독은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바꾼 날(1월 30일) 그간 못 쓴 연차를 모두 쓴 뒤 서울로 돌아갔다. 코로나가 시작할 때 경남에 와서 마스크를 벗는 날 다시 서울로 돌아간 셈이다.

“코로나 여파로 부임 초창기에는 사람을 잘 만나지 못해서 오해도 많이 샀던 것 같아요. 다음에 누가 새로 예술감독이 오시게 될지 모르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밑 작업을 거쳐 좋은 의제를 많이 개발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도립극단의 주인이 누구냐고 한다면 저는 관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관객께서는 좋은 작품을 봤을 때 주인으로서 칭찬도 하고, 아닌 거는 지적도 해줘야 한다고 봐요. 칭찬과 지적을 하는 방법이 댓글을 남기는 거든 무엇이든 주인으로서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평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죠. 당근과 채찍을 많이 주시면 좋겠어요.”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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